[비즈니스포스트] “중동상황 불확실성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특히 원화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원화 약세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일 주재한 첫 거시재정금융 간담회에서 환율 안정의 필요성과 대응 방안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재정 금융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구윤철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8원 내린 1501.3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이란전쟁 종전 기대감에 하루 사이 환율이 30원 가까이 급락했는데도 여전히 1500원 위에서 주간거래를 마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앞서 19일 주간거래 종가가 17년 만에 1500원을 넘어섰다. 그 뒤에도 1500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지속하고 있다.
전날인 3월31일 장중에는 원/달러 환율이 1536.9원까지 오르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정규장 종가로도 환율이 1530.1원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2월 말 이란전쟁이 발발한 뒤 원화의 가치는 6%가량 하락하면서 세계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최고 수준의 낙폭을 보였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 상승 진단 보고서에서 “현재 원화 약세는 중동상황 지정학적 리스크에만 원인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전쟁 전 한국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가 상승폭이 컸던 만큼 대만,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해 주식, 통화가치 낙폭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앞으로도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권 연구원은 “전쟁 불확실성이 이어져 국제유가 수입 단가가 상승하면 달러 유동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시장 불안이 커져 안전한 달러자산 선호가 계속되면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 최고점인 1580원 근처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라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방어하는 것이 금융시장 안정의 핵심 과제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환율안정 세제 3법 시행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다.
3월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환율안정 3법은 개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매도해 그 자금을 국내시장에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 공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환율안정 3법이 통과되면서 국내시장복귀계좌(RIA)를 통한 해외증권투자 자금 환류가 본격화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 역시 한국 투자시장의 신뢰도를 높여 자금 유출 방어와 외환시장 변동성 축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번 간담회도 이란전쟁 상황에 대응해 세제와 재정, 금융 등 거시정책기관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3개 부처 수장이 모였다. 3개 부처 수장들은 앞으로 매월 정례회의를 열고 중동전쟁 장기화 대응에 신속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1500원대 환율에 따른 외환위기 우려는 과도하다는 분석도 있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이날보고서에서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경험과 맞물려 1500원대 환율에 경계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2000년대 초 순대외채권국으로 전환되며 대외채권 규모가 더 큰 구조 등을 고려하면 외화 유동성 위기에 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