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6-02-18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에서 공개한 첫 대규모 생성형 인공지능(AI) 월드모델인 ‘프로젝트 지니’가 게임 산업의 근간을 흔들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주요 게임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존 게임 개발 엔진이 대체된다는 건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AI가 게임 제작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게임 콘텐츠를 대체하기에는 기술적, 정서적 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사진)은 '프로젝트 지니'에 대해 시장의 걱정이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엔씨소프트>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첫 대규모 생성형 인공지능(AI) 월드모델인 ‘프로젝트 지니’가 게임 산업의 근간을 흔들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지만, 주요 게임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존 게임 개발 엔진이 대체된다는 건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AI가 게임 제작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게임 콘텐츠를 대체하기에는 기술적, 정서적 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이사(사진)은 '프로젝트 지니'에 대해 시장의 걱정이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엔씨소프트>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공통 화두는 구글 ‘프로젝트 지니’의 등장이었다.
시장에서는 게임 엔진을 중심으로 구축돼 온 전통적인 개발 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고 이에 주요 게임사 경영진들도 입장을 잇달아 내놓았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우려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AAA급 게임은 매우 정교한 시스템 설계와 수년간의 콘텐츠 축적이 필수적”이라며 “이용자들이 AI로 생성된 아트와 캐릭터에 보이는 심리적 저항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AI 기반 콘텐츠에 관한 반발도 적지 않다. 특히 일러스트, 연출, 사운드 등 창작 영역에 AI가 개입하는 것에 거부감이 큰 편이다.
지난해 넥슨의 흥행작 ‘아크 레이더스’는 게임 내 AI 활용 음성에 대한 혹평을 받았고 ‘발더스 게이트 3’를 개발한 라리안 스튜디오는 AI 사용에 이용자 반발이 확산되자 신작에 "생성형 AI 이미지를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AI가 개발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곧바로 ‘GTA6’ 같은 대작을 자동으로 만들어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도 지니가 단기간에 게임을 대체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크래프톤>
김 대표는 9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니가 단기간 내 기존 게임을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구동 시간도 짧고, 실시간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필요하다”며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두 회사가 국내 게임사 가운데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신중론이 더욱 주목된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AI 연구를 시작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2016년 AI센터를 설립했다. AI 자회사 엔씨A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의 5개 정예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크래프톤 역시 지난해 ‘AI 퍼스트’ 전략을 선언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전사적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게임사들도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테이크투의 칼 슬래토프 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니는 게임 엔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슬래토프 사장은 “지니와 게임 엔진은 같은 범주에 있지도 않다”며 “현 시점에서는 절차적으로 생성된 상호작용 영상에 가깝고, 창의적 작업을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테이크투는 ‘GTA5’를 개발한 회사로, 올해 최대 기대작인 ‘GTA6’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니 공개 직후 AAA급 개발사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당일 주가가 8%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소니의 린 타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최근 실적 웹캐스트에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개발 과정에 이미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험적 단계”라고 평가했다. AI가 도구로 자리 잡고는 있으나 기존 제작 방식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구글은 지난달 30일 다양하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환경을 생성할 수 있는 범용 월드 모델인 '프로젝트 지니'를 일반 공개했다. <구글>
지난 1월 말 공개된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용 프로토타입 ‘프로젝트 지니’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 가능한 3D 가상 세계를 생성한다.
캐릭터를 움직이면 물방울이 튀고, 눈 위에 발자국이 남으며, 사물을 움직일 수 있는 등 기본적인 물리 법칙이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사전에 설계된 맵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환경이 즉각 생성된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 개발방식이 대체될 수 있다는 걱정을 불러왔다.
다만 게임사 경영진들은 장기적으로는 AI가 게임 개발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고난도 설계가 요구되지 않는 일부 장르에서는 대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시각이 많다.
김창한 대표는 “AI가 업무를 넘어 게임 사업 전반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핵심 사업을 지키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무 대표도 “올해 AI 자회사를 중심으로 전사적 AI 생산성 향상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계획”이라며 “특히 캐주얼 게임 분야에서는 AI 도입이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캐주얼 장르에서는 AI 활용 성과가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더블유게임즈는 AI 전담 조직 ‘AI랩’을 중심으로 개발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신작 ‘위글 이스케이프’, '컬러 슈터' 등은 모든 개발을 1인 개발로 진행했다. ‘탭 시프트’ 등 AI 기반 개발 작품도 흥행에 성공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