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CATL과 창안자동차가 5일 내몽골 자치구 후룬베이얼시에서 나트륨 배터리 전기차를 공개했다. < CATL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CATL이 트럭을 비롯한 상용차에 이어 승용차에까지 ‘나트륨(소듐) 배터리’를 탑재해 새 시장을 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나트륨 배터리를 개발하고는 있지만 최근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규모를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 차세대 기술 대응에 딜레마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CNEV포스트에 따르면 CATL은 이날 자사의 나트륨 배터리 ‘낙스트라’를 창안자동차 네보 A06에 탑재해 올해 중반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낙스트라의 에너지 용량은 45킬로와트시(kWh)로 한 번 충전하면 전기 승용차를 최대 400㎞까지 주행시킨다.
당초 CATL은 전기 트럭을 비롯한 상용차부터 나트륨 배터리를 단계적으로 양산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전기 승용차에까지 빠르게 도입하려는 것이다.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양극재에 쓰는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한 제품이다. 리튬 배터리보다 저렴하고 저온에서도 주행거리 성능을 유지한다는 장점을 갖췄다.
그동안 나트륨의 화학 특성상 리튬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경제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중론이었는데 CATL 주도로 시장이 열리는 모양새다.
CATL은 나트륨 배터리를 다양한 브랜드의 완성차와 호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나트륨 배터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CNEV포스트는 “CATL은 2016년부터 100억 위안(약 2조1237억 원)을 투자해 나트륨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분석했다.
매년 한화로 2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나트륨 배터리 연구에 10년 동안 꾸준히 투자한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CATL이 선도적으로 나트륨 배터리를 내놓으면서 리튬 배터리 지배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나트륨 배터리를 개발하는 한국 업체에 딜레마를 키운다.
아직 나트륨 배터리 시장이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두 업체를 쫓는 투자전략의 효용성이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 ▲ 중국 난징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 LG에너지솔루션 유튜브 영상 갈무리 > |
일단 LG에너지솔루션은 1월29일 진행한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최근 나트륨 배터리 개발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샘플 생산을 통해서 고객과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8년 이후 소재 가격이 하락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 시장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에 나트륨 배터리 파일럿 생산 라인 구축을 추진하는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연내 상용화를 예고한 CATL과 격차가 크다.
삼성SDI와 SK온도 아직 나트륨 배터리 개발이 연구 단계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 전기차 성장세 둔화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업체의 투자 여력이 약해졌다는 점은 나트륨 배터리 개발에 자원을 추가로 투입할지 딜레마를 키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40%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소폭 상승했지만 절대치는 2024년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시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나트륨 배터리에 연구개발 투자는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최근 세계 리튬 가격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에 힘입어 상승해 원가 경쟁력이 높은 나트륨 배터리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원가 상승으로 리튬 배터리 가격이 오를수록 CATL의 나트륨 배터리를 도입할 전기차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중국에 시장을 완전히 내준 뒤 K배터리가 뒤늦게 추격에 나섰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전례를 나트륨 배터리 분야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28일 제8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나트륨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2029년까지 2800억 원을 투입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나트륨 배터리가 LFP와 같이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시각도 한편에서 나온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LFP 전례를 반복하면 큰일 난다”면서도 “나트륨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