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장 사장 겸 서비스비즈팀장이 내년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출시에 대비해 가로로 더 긴 '갤럭시Z 와이드폴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기존 갤럭시Z 폴드 시리즈보다 가로로 더 긴 '갤럭시Z 와이드폴드(가칭)'를 내년 출시해 애플이 내년 하반기 출시할 '폴더블 아이폰'의 대항마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장 사장은 노태문 사장의 뒤를 뒤어 모바일 사업 전반을 이끌며, 차세대 갤럭시 디바이스인 '와이드폴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폴드8에 이어 두번 접는 '트라이폴드'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폴더블폰 기술력을 증명한 만큼, 내년 애플과 폴더블폰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최원준 사장은 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까지 맡으며, 사실상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에 관한 전권을 갖게 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비스비즈팀장은 모바일 플랫폼에 기반한 서비스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로, 최 사장은 모바일 개발실장과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겸임하고 있다.
2026년 최 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폴더블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우위를 지키는 것이다.
애플은 내년 9월경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하며, 폴더블 시장에 진입할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폴더블 아이폰은 약 7.8인치 내부 디스플레이를 갖춘 폴더형 구조로, 화면 주름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는 신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펼쳤을 때 세로보다 가로가 더 긴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기를 펼쳤을 때 별도의 회전 없이도 아이패드를 가로로 눕힌 것과 유사한 경험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가로가 긴 와이드폴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갤럭시Z폴드'와 '갤럭시Z플립'에 와이드폴드를 추가한 3종의 폴더블폰을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와이드폴드는 '폴더블 아이폰' 출시 시기뿐 아니라, 기기 형태와 화면비 등 제품규격(스펙)이 매우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세로로 긴 폴드 시리즈와 달리, 와이드폴드는 여권과 같은 4:3의 화면비를 채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접었을 때 커버 디스플레이는 5.4인치, 펼쳤을 때는 7.6인치의 대화면이 제공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기존 라인업에서 폼팩터 선택지를 넓혀 폴더블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IT매체 폰아레나는 "유출된 모델 번호로 볼 때 삼성의 폴더블 신제품은 책처럼 접히는 스마트폰일 것"이라며 "애플을 의식해 폴더블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추정 이미지. <아이폰 틱커> |
현재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세계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 가운데 삼성전자는 64%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중국 화웨이(15%)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가 강한 애플 폴더블 아이폰이 출시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도 상당부분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DC 측은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이 출시 첫 해에 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22%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물량 확보와 수율(완성품 비율) 문제를 감안하면 애플이 단기간에 삼성전자를 위협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애플 분석가로 유명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최근 "2027년까지 폴더블 아이폰의 원활한 출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초기 생산 수율과 생산량 증대 문제로 공급이 부족해 예상 점유율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 사장이 개발을 주도하는 와이드폴드의 완성도에 따라 애플과 삼성전자의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2022년 12월 MX사업부 개발실장으로 발탁된 뒤, 세계 최조로 인공지능(AI)이 탑재된 갤럭시 디바이스 개발에 성공한 만큼 와이드폴드의 소프트웨어 성능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와이드폴드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는 단순히 화면이 접히는 것을 넘어 '왜 이 기기를 펼쳐야 하는가'에 관한 해답을 소프트웨어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가 삼성전자 폴더블폰 사업 확대의 기회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사장은 2023년 애플의 폴더블폰 시장 진출을 두고 "삼성전자가 펼쳐놓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경쟁에 매몰되기 보다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주류로 자리잡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