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시비의 핵심 조항들을 법안에서 덜어내는 방향으로 정리하며 연내 입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더 이상 변수를 키우기보다는 보다 '안전한 길'을 통해 내란 재판에 속도를 내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오며 김 원내대표가 이언주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을 만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과 관련해 "위헌 소지를 좀 삭제했다"며 "1차 (의원총회) 때 워낙 소중하고 귀한 의견을 20분 정도 주셨기에 충실히 반영했고 오늘 의원총회에서는 별도로 정책위원회가 제안한 수정안에 대해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의서 의원총회를 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수정 여부 및 수정 방향을 두고 의견을 모았다. 앞서 민주당은 이번달 8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위헌 시비를 염려한 수정 의견이 다수를 이뤄 이날로 결정을 미뤘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두고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법조계 일각에서도 내란전담재판부 1심 설치,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두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안(원안)은 △내란전담재판부 1심·항소심 전담재판부 설치 △전담재판부 구성과 영장전담법관 임명을 위한 사법부 외 추천이 포함된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수사 단계 영장 청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속 관할 △1심 6개월, 항소심·상고심 각각 3개월 이내 선고 △재판 과정의 녹음·녹화·촬영 원칙적 허용 △내란·외환죄 유죄 확정 시 정상참작 감경과 사면·감형·복권을 배제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를 2심부터 도입하고 판사 추천위원회 추천권을 사법부 내부에 주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이처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수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만에 하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헌재가 결국 기각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헌재 결정 이전까지 지금 진행되는 형사재판이 중지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 논의 결과를 반영한 수정 법안을 원내지도부 명의로 재발의 한 다음, 오는 21일 또는 22일에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정책위와 함께 최종안을 성안해 다시 당론 발의 과정 거치게 될 것”이라며 “(법안 처리 시점은) 2차 필리버스터 기간(22~24일)에 처리할 것은 상수로 틀림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애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재판부의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대한 불안과 우려에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추진했다. 지 판사가 윤 전 대통령을 구속기간 문제로 풀어주고 재판 진행도 윤 전 대통령 쪽에 끌려다니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새로운 재판부를 구성해 1심 재판을 결론 지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을 필두고 위헌 논란이 이어졌고 이에 2심 재판부터 내란 사건을 맡기로 결정하기로 최종적으로 물러선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심 재판부에 맡기면 된다는 뜻을 밝히면서 민주당 내부 논쟁이 일단락 된 것으로 전해졌다.
▲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공은 사법부로 넘어갔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을 두고 강하게 반대해 왔다.
전국법원장은 이번 달 5일 전국법원장 정기회의를 열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8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우려의 뜻이 이어졌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답변 등에서 추천위원회의 외부인 참여 등을 근거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가장 우려한 외부인 추천 조항이 없어짐에 따라 표면적으로 법원의 우려는 해소됐다. 하지만 법원이 내심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특검 도입을 애초 강하게 반대한 것처럼 전담재판부 구성이 성사되면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무작위 배당' 원칙을 두고 민주당의 수정법안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할 소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해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내란특별법은 2개 이상의 내란전담재판부를 두도록 하고 있어 특정 재판부에 지정 배당하지 않는다"며 "현재에도 특정사건(부패, 선거 등)을 처리하기 위해 전담재판부가 운영되고 있는데 해당 전담재판부들 내에서 무작위배당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론을 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