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 2나노 파운드리에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리사 수 AMD CEO(왼쪽)와 웨이저자 TSMC CEO가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웨이퍼를 선보이고 있다. < AMD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의 2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가 벌써부터 공급 부족을 예고하고 있다. 애플과 퀄컴, 인공지능(AI) 반도체 고객사의 수요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TSMC는 이에 맞춰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장기화된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가 대안으로 떠오르며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4일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지배력은 압도적”이라며 “2나노 파운드리 투자 계획과 고객사 리스트는 업계에 놀라움을 안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가 올해 양산을 앞둔 2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의 초반 수요는 다소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웨이퍼(원판) 1장 기준 파운드리 단가가 3만 달러(약 4100만 원) 안팎으로 3나노를 비롯한 기존 공정과 비교해 훨씬 고가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인공지능 반도체 1위 기업인 엔비디아마저 처음에는 TSMC의 2나노 기술 채용을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에 이어 인공지능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들도 줄줄이 고객사 대열에 합류하며 물량 선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미국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 테슬라와 xAI, 오픈AI와 다수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2023년부터 TSMC와 협력을 논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TSMC의 3나노 및 5나노 파운드리 설비는 최근 수 년 동안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유지해 온 것으로 추정됐다. 2나노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수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 시장 성장이 가속화되며 고객사 기반도 확대되고 있어 TSMC의 2나노 파운드리 공급 부족 문제가 초반부터 뚜렷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고개를 든다.
디지타임스는 결국 TSMC 2나노 미세공정 수요가 예상치를 뛰어넘을 정도로 급증하면서 TSMC가 이에 맞춰 생산 투자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올해 2나노 반도체 웨이퍼 기준으로 월 4만 장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을 두고 있다. 내년 1월에는 5만3천 장, 연말에는 10만 장까지 확대된다.
2028년 2나노 파운드리 생산 능력은 20만 장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제시됐다. 올해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능력 추정치와 비교해 1.5배 수준이다.
디지타임스는 “3나노 및 차세대 2나노 공정 기반의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 증가는 TSMC에 더욱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연히 2나노 파운드리 단가 인상에도 더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TSMC가 고객사 수요 확대에 반응해 적극적으로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가 사실상의 독점체제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가격 협상력에 우위를 차지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TSMC는 미국 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파운드리 가격 인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AMD는 TSMC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위탁생산 단가가 이전과 비교해 최대 20%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추가 비용 부담은 반도체 공급망 다각화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2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준비하며 TSMC와 경쟁을 노리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TSMC 2나노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가 몰려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고 가격 부담도 커지면 고객사들이 자연히 대안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TSMC의 2나노 반도체는 모두 대만에서 생산된다. 미국 공장에 생산 체계를 갖추는 시점은 수 년 뒤로 예정되어 있다.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안정성, 단가 부담 상승과 같은 요인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할 이유가 충분하다.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퀄컴은 여전히 차세대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엘리트’ 2세대 양산에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동시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TSMC보다 더 경쟁력 있는 파운드리 단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전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2나노 파운드리에서 충분한 기술 경쟁력과 양산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TSMC의 반도체 공급 부족에 삼성전자로 눈을 돌리는 고객사는 점차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1일 열리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나노 파운드리 기술 개발 및 양산, 고객사 수주와 관련한 진행 상황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