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엔씨소프트가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게임 본업에 집중하는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박병무 대표가 지난해 취임 당시 내세운 정상화 방안이 하나씩 실행에 옮겨지는 모습이다.
▲ 엔씨소프트가 서울 강남 사옥 매각을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 사옥. |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엔씨타워’를 4435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계약일은 오는 28일이며 매수자는 퍼시픽운용과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조성한 ‘퍼시픽제83호 부동산투자회사’다.
엔씨타워는 2007년 준공된 엔씨소프트의 첫 사옥으로 이번 매각은 17년 만의 결정이다.
회사는 2013년부터 판교 R&D센터를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해왔으며 삼성동 사옥은 등기상 본사로만 유지해왔다.
엔씨소프트는 과거 1100억 원 규모의 투자로 엔씨타워를 마련했다. 매각 규모를 감안하면 이번 매각으로 수천억 원대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현재 판교에 건립 중인 신사옥 ‘글로벌 RDI센터’ 건축에 투입된다.
지난해 회사는 신사옥 매입에 약 4300억 원이 집행됐으며 건축비용으로는 5800억 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매각 대금만으로도 신사옥 건립 자금을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업계 내 보유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기준 엔씨소프트의 부동산 관련 자산(토지, 건물, 건설중인 자산, 투자부동산) 합산 규모는 약 8137억 원으로 전체 자산(약 3조8821억 원)의 20% 가량에 이른다.
실적 변동성이 심한 게임업계 특성상 투자처가 마땅치 않을 경우 부동산에 자금을 묻어두는 전략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신작 부진과 수익성 둔화가 겹친 현재의 상황에서는 부동산 자산 유동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신사옥 ‘글로벌 RDI센터’ 신축 계획이 공개되면서 실적 부진 속 자금을 부동산 투자에 할애하는 것과 관련해 회사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이에
박병무 대표는 취임 이후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직접 삼성동 사옥 매각 계획을 공언하며 자본 효율화를 통한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당시 박 대표는 “추가 검토에 따라 현재 쓰고 있는 경기도 ‘판교 R&D 센터’도 자산 유동화를 거쳐 부동산 자산이 더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을 계기로 엔씨소프트는 부동산 자산 비중을 줄이고 신작 개발과 글로벌 사업 강화 등 본업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1년간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직 개편과 자본 재배치, 인력 감축, 자회사 정리 등을 중심으로 경영 효율화 작업을 본격 추진해왔다.
이 가운데 하반기에는 대형 신작 ‘아이온2’를 비롯해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 ‘LLL’, 기존 IP 기반 스핀오프 게임 등 다수의 신작 출시가 예정되면서 실적 반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비용 효율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기존작 매출 감소 여파로 실적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올해 2분기 매출 3545억 원, 영업이익 5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