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04-01 17: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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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압박의 수위가 거세지면서 국내 플랫폼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구글에 고정밀 지도가 반출될 경우 구글맵 품질 향상과 더불어 지도 기반의 다양한 사업 진출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모빌리티를 비롯해 지도 기반의 복합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온 카카오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면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둘러싼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1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데이터 이전 등의 문제를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거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최근 발표한 ‘국가별 무역평가 보고서(NTE)’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위치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이 미국의 주요 무역 장벽 사례로 언급됐다.
무역대표부는 보고서에서 “위치 기반 데이터의 국외 반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제한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해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통합하고자 하는 해외 기업들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며 “위치 기반 데이터를 수출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해 왔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고 최근 재차 요청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내 보호무역 기조와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더욱 강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 정부는 1:2만5천 축척의 지도만을 해외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이 정도 축척으로는 도보, 차량 길찾기 등 기본적인 지도 서비스 구현조차 어렵다며 1:5천 이상 정밀한 지도 국외 반출공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정부는 안보상의 위험을 이유로 이를 거절해왔지만 정치·외교적 압박이 강화되면서 기존 방침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사진은 카카오T 택시.
이러한 상황은 국내 플랫폼 업계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지도 앱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양분하고 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김득갑·박장호 객원교수는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현재 국내 지도 서비스 시장의 약 85%를 토종 앱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만약 해외 반출이 허용될 경우 국내 사용자들의 외산 지도 앱으로의 이동 현상이 점차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년 내 미국·영국의 절반 수준인 25%까지 구글맵 점유율이 상승할 경우, 카카오맵을 밀어내고 네이버지도에 이어 2위 수준까지 사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도는 그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렵지만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산업을 비롯해 숙소예약 등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와 광고를 전개하고 있는 만큼 확장성이 좋은 서비스다.
그 중에서도 카카오는 지도 위에 가장 많은 사업을 얹어 운영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택시 호출,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연계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이동 서비스의 기반을 지도 데이터에 두고 있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빅테크 기업들에 제공되면 지도에 기반한 호출 플랫폼의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카카오의 모빌리티 중심 생태계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숙소예약·광고까지 이어지는 연결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 지도가 해외에 반출될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지도 기반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면 데이터 주도권은 물론 자율주행 등 미래 핵심 산업까지 외국계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