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국채금리의 고공행진에 국고채 금리도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국채금리 상승이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가계와 기업의 대출·차환 비용을 끌어올리면서 실물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3%포인트 내린 연 4.476%를 나타냈다.
전날 급등분을 일부 되돌렸지만 8월 말 4.313%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9월11일 약 3년11개월 만에 4.5%를 넘긴 뒤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
이날 국고채 30년물 금리도 전날보다 0.047%포인트 내린 연 4.603%를 나타냈다. 이날 하락에도 연중 최고치인 4.751%와의 차이는 0.148%포인트에 그쳤다.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4.7% 위로 올라간 것은 2012년 9월 30년물이 발행된 뒤 처음이다.
문제는 국고채 금리가 앞으로 더욱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채권금리가 이날 소폭 하락했지만 상승 압력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장기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8일(현지시각) 전장보다 0.061%포인트 오른 연 5.241%로 거래를 마쳤다. 마켓워치 집계 기준 2007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같은 날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도 연 5.561%로 올라 200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가 물가를 자극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높은 금리에도 미국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꺾이지 않는 점도 금리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조달 비용 상승을 감수하면서도 차입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AI 기업과 일반 기업, 가계 모두 높은 조달 비용을 감내할 만큼 돈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며 “이는 현재 금리 레벨이 수요를 억제하기에 충분히 높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미국발 금리 상승 압력에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고 있다. 경기 확장에 따른 물가 압력이 추가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10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1월과 내년 2월 추가 인상해 현재 연 3.0%인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국고채 10년물의 4분기 고점을 연 4.7%로 제시했다. 금리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전후로 내다봤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국내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코스피는 추석 연휴를 마친 전날 2.70% 내린 데 이어 이날도 0.27% 하락하며 6870선까지 밀렸다.
실물경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의 부담은 은행채와 회사채를 통해 가계와 기업으로 전해질 수 있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면 대출금리에 상승 압력이 더해지고 기업의 회사채 발행 비용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은행채 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기업대출과 가계 신용대출의 지표로 쓰이는 은행채 1년물(AAA) 금리는 28일 장중 연 4.2% 안팎을 기록했다. 8월24일보다 약 0.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은행채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정하는 상품은 신규 대출이나 금리 재산정 때 상승분이 반영될 수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도 은행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 만큼 새로 돈을 빌리거나 대출을 갈아타는 차주부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은행권 신규취급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2014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금리 상승에 노출된 차주가 늘어나는 만큼 추가 금리 상승이 가계의 이자 부담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 등을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6조5천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은 신규 자금조달뿐 아니라 기존 차입금을 갈아타는 과정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과거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하면 신규 투자를 늘리지 않아도 금융비용이 증가한다.
금리가 더 오르지 않더라도 높은 수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부터 부담이 누적되는 셈이다. 가계가 이자를 내느라 소비를 줄이고 기업도 투자에 신중해지면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부담이 번질 수 있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데이터센터 등 AI 투자 속도를 늦춘다면 국내 메모리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며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만나 물가·성장·금융안정을 위한 경제·통화정책의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 기관은 금융·외환·자산시장의 연계성을 함께 점검하고 위험요인을 조기에 파악해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국내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의 차입 비용과 투자 부담을 높이고 가계의 채무 부담도 키울 수 있다”며 “당분간 유가가 내려가기 전까지는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
미국과 한국의 국채금리 상승이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가계와 기업의 대출·차환 비용을 끌어올리면서 실물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미국 국채금리의 고공행진에 국고채 금리도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29일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3%포인트 내린 연 4.476%를 나타냈다.
전날 급등분을 일부 되돌렸지만 8월 말 4.313%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9월11일 약 3년11개월 만에 4.5%를 넘긴 뒤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
이날 국고채 30년물 금리도 전날보다 0.047%포인트 내린 연 4.603%를 나타냈다. 이날 하락에도 연중 최고치인 4.751%와의 차이는 0.148%포인트에 그쳤다.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4.7% 위로 올라간 것은 2012년 9월 30년물이 발행된 뒤 처음이다.
문제는 국고채 금리가 앞으로 더욱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채권금리가 이날 소폭 하락했지만 상승 압력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장기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8일(현지시각) 전장보다 0.061%포인트 오른 연 5.241%로 거래를 마쳤다. 마켓워치 집계 기준 2007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같은 날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도 연 5.561%로 올라 200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가 물가를 자극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높은 금리에도 미국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꺾이지 않는 점도 금리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조달 비용 상승을 감수하면서도 차입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AI 기업과 일반 기업, 가계 모두 높은 조달 비용을 감내할 만큼 돈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며 “이는 현재 금리 레벨이 수요를 억제하기에 충분히 높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미국발 금리 상승 압력에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고 있다. 경기 확장에 따른 물가 압력이 추가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10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1월과 내년 2월 추가 인상해 현재 연 3.0%인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국고채 10년물의 4분기 고점을 연 4.7%로 제시했다. 금리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전후로 내다봤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국내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코스피는 추석 연휴를 마친 전날 2.70% 내린 데 이어 이날도 0.27% 하락하며 6870선까지 밀렸다.
실물경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의 부담은 은행채와 회사채를 통해 가계와 기업으로 전해질 수 있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면 대출금리에 상승 압력이 더해지고 기업의 회사채 발행 비용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은행채 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기업대출과 가계 신용대출의 지표로 쓰이는 은행채 1년물(AAA) 금리는 28일 장중 연 4.2% 안팎을 기록했다. 8월24일보다 약 0.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은행채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정하는 상품은 신규 대출이나 금리 재산정 때 상승분이 반영될 수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도 은행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 만큼 새로 돈을 빌리거나 대출을 갈아타는 차주부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은행권 신규취급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2014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금리 상승에 노출된 차주가 늘어나는 만큼 추가 금리 상승이 가계의 이자 부담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 등을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6조5천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은 신규 자금조달뿐 아니라 기존 차입금을 갈아타는 과정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과거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하면 신규 투자를 늘리지 않아도 금융비용이 증가한다.
금리가 더 오르지 않더라도 높은 수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부터 부담이 누적되는 셈이다. 가계가 이자를 내느라 소비를 줄이고 기업도 투자에 신중해지면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도 부담이 번질 수 있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데이터센터 등 AI 투자 속도를 늦춘다면 국내 메모리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한국은행도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며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만나 물가·성장·금융안정을 위한 경제·통화정책의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 기관은 금융·외환·자산시장의 연계성을 함께 점검하고 위험요인을 조기에 파악해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국내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의 차입 비용과 투자 부담을 높이고 가계의 채무 부담도 키울 수 있다”며 “당분간 유가가 내려가기 전까지는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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