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생에너지 차별' 역풍 맞나, 전기료 오르고 AI 경쟁력도 타격 전망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지원 중단이 미국 전기요금 상승과 기술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사기’로 규정하고 사업 승인과 정부 지원을 순차적으로 중단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화석연료를 비롯한 에너지원의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미국 에너지 및 인공지능 업계의 기술 경쟁력을 낮추는 역효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외신 및 씽크탱크 분석을 종합하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정책이 미국의 경제와 국가 경쟁력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에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은 이번 세기 들어서 최악의 사기”라며 “농민을 해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여당인 공화당은 이미 최근 시행된 예산법에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제공하던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거나 순차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정부의 판단에 따라 중단하도록 할 수도 있다며 더욱 강력한 엄포를 놓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이 전기요금 상승에 주요 원인이라는 비판도 전했다. 다만 뚜렷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이 사실과 완전히 상반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중단이 전기요금 부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전기료 인상 원인을 재생에너지에서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기”라며 “트럼프 정부는 값비싼 화석연료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는 태양광산업협회의 성명을 전했다.

씽크탱크 에너지이노베이션은 “새 예산법은 2030년까지 미국 연평균 전기요금을 가구당 130달러(약 18만 원) 높일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지원 중단으로 전력 발전에 제약이 커졌다”고 비판했다.

미국 청정에너지협회도 지난해 미국에 설치된 신규 발전소의 90%가 신재생에너지로 이뤄졌다는 통계를 전하며 이는 전력 부족에 가장 효과적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현재 미국 전기요금 상승폭이 전체 물가 상승률의 2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에서 전기료 50%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상반된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재생에너지 지원 중단과 관련한 뭇매를 맞지 않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원인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재생에너지 차별' 역풍 맞나, 전기료 오르고 AI 경쟁력도 타격 전망

▲ 애플이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한 태양광 에너지 발전설비.

AP통신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에 따른 물량 부족,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점도 전기요금 인상에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과 관련이 깊다. 결국 미국 전기요금 상승은 정부 정책의 역효과로 볼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지원 중단은 미국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뿐 아니라 미국 에너지 업계 전반의 기술 경쟁력이 낮아지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씽크탱크 외교관계위원회(CFR)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에너지 연구개발 선두 국가였으나 이제는 중국에 밀려 선두를 빼앗겼다”고 전했다.

CFR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뒤 재생에너지 분야에 배정되었던 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중국과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일이 불가피해졌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계연도 2026년 에너지부 예산안이 채택된다면 신재생에너지청 및 에너지효율국 예산이 70% 이상 삭감되기 때문이다.

해당 조직의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축소하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 같은 선상에 있다.

신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소를 통해 전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 정책적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CFR은 가스터빈과 같은 화석연료 발전소 설비 구축에 약 5년,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CFR은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전력망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을 연구개발하기 위한 예산이 대폭 감축되며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충분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지원 중단을 서두르면서 미국에 전기요금 상승 및 전력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CFR은 “미국의 에너지 연구개발 비용 삭감은 신재생에너지 전환뿐 아니라 글로벌 기술 경쟁 판도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서로 상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