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지방정부들이 잇따라 인공지능 반도체 자급률 목표를 공격적으로 설정해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 H20에 의존을 낮추고 화웨이를 비롯한 자국 제품 활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화웨이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홍보용 사진.
닛케이아시아는 21일 “중국 상하이 정부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반도체 자급률을 2027년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첨단 IT산업 거점인 구이양 정부는 현재 건설되는 데이터센터의 중국산 반도체 사용 비중을 90%, 베이징 정부는 2027년까지 100%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엔비디아 H20을 비롯한 수입 반도체에 의존하는 대신 화웨이와 같은 자국 기업의 제품을 인공지능 서버에 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산시증권 집계를 보면 2024년 초 기준으로 엔비디아는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8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2027년까지 최대 100% 자급률을 달성하겠다는 지방정부들의 목표는 매우 공격적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방정부 차원의 이러한 움직임은 엔비디아가 지배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엔비디아 H20의 경쟁작으로 꼽히는 ‘어센드910’ 시리즈 인공지능 반도체를 판매하고 있다. 최대 연산 성능은 엔비디아 H20의 85% 정도로 추산된다.
차세대 제품인 어센드920은 이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바이두와 캠브리콘 등 다른 현지 기업들도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산시증권은 5년 안에 엔비디아의 중국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고 중국 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은 최대 5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엔비디아 H20의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어 자국 기업들이 중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극 구매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바이트댄스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이런 정책에 맞춰 엔비디아 대신 화웨이 반도체 도입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공공부문 등에서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엔비디아 대신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딥시크가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 새 인공지능 모델 출시를 늦춘 사례를 볼 때 엔비디아에 의존을 낮추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