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유경 신세계 회장(사진)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영체제를 지속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사진은 생성형AI로 만든 이미지. |
글로벌 패션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겼다가 사업별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이번에는 패션과 화장품 조직을 다시 정비했다. 잇따른 조직개편은 패션사업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 앞으로는 실적 성장세를 탄 화장품 사업에 좀 더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26일 신세계 상황을 종합하면 최근 발표된 2027년 정기 임원인사와 동시에 실시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조직개편은 화장품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패션디비전과 코스메틱디비전 체제를 도입했다.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가 패션디비전과 신세계톰보이 대표를 맡고 코스메틱디비전 대표에는 허민호 전 CJ올리브영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기존 서민성 코스메틱1부문 대표이사와 이승민 코스메틱2부문 대표이사는 모두 유임됐다. 두 부문의 운영체제를 유지하면서 허 대표가 화장품사업 전반을 이끄는 구조로 재편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영체제 변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부터 약 3년 동안 외부 전문가 영입과 각자대표 확대, 사업부문 분리 등을 거치며 경영구조를 지속적으로 손질해 왔다.
2023년 1월에는 버버리와 구찌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거친 윌리엄 김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당시 글로벌 패션사업 확대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둔 인사로 평가됐다.
2024년 10월에는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를 추가 선임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윌리엄 김 대표가 패션을, 김홍극 대표가 뷰티·라이프를 맡는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방향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윌리엄 김 대표를 교체하고 김덕주·김홍극·서민성·이승민의 4인 대표 체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패션과 코스메틱1·2부문,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사업을 각각 나눠 사업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올해 1월 자주사업을 신세계까사로 이관하면서 김홍극 대표가 같은 달 9일 사임했다. 이에 따라 김덕주·서민성·이승민 3인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기존 화장품 대표 두 명을 유지하면서 이를 총괄하는 코스메틱디비전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했다. 사업별 책임경영에 화장품사업 전체를 조율하는 기능을 더한 셈이다.
잇따른 경영체제 변경의 배경에는 기존 수입패션 중심 사업모델의 실적 악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셀린느, 메종마르지엘라, 질샌더 등 주요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매 계약은 잇달아 종료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1153억 원에서 2023년 487억 원, 2024년 268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생활용품 사업부 자주를 제외한 계속사업 기준으로 영업손실 115억 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물론 올해 들어서는 백화점 업황 개선에 힘입어 실적이 일부 회복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872억 원, 영업이익 218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15.4% 증가하고 영업손익은 흑자 전환했다. 패션부문 매출도 333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1% 증가했다.
다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조직개편을 살펴볼 때 정유경 회장이 앞으로 화장품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패션사업은 국내 소비경기와 해외 브랜드 계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지만 화장품사업은 자체 브랜드의 해외 판매망 확대로 지속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부문 매출은 2023년 3797억 원에서 2024년 4149억 원, 지난해 4552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535억 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5.1%, 38.6%, 41.0%, 43.2%로 해마다 확대하고 있다.
| ▲ 신세계가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디비전을 새롭게 신설하고 대표로 허민호 전 CJ올리브영 대표이사(사진)를 선임했다. <신세계그룹> |
허민호 대표의 경력도 화장품 브랜드의 유통망 확대와 맞닿아 있다.
허 대표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CJ올리브영을 이끌며 점포망 확대와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
올리브영 점포 수는 2008년 57개에서 2017년 1010개로 약 18배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10억 원에서 1조4280억 원으로 20배가량 증가했다. 2015년에는 자체 색조 브랜드 웨이크메이크를 출시하는 등 유통망 확대와 브랜드 육성을 함께 추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 비디비치와 연작, 어뮤즈 등 자체·인수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비디비치는 국내 올리브영과 중국 왓슨스 등으로, 연작은 미국 아마존과 코스트코 등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했다.
기존 서민성·이승민 대표가 각각 기초와 색조 화장품사업을 맡는 가운데 허 대표가 유통망 확대와 해외 성장전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 관계자는 “코스메틱부문은 올리브영의 성장을 이끈 허민호 대표를 통해서 자사 브랜드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연작, 비디비치 등 자사 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영토 확장이 본격화하며 코스메틱 사업의 새로운 도약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잇따른 경영체제 재편은 정유경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대주주이자 최대주주인 신세계를 이끌고 있다. 등기임원 등 책임 있는 자리를 맡고 있지는 않지만 수년째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반등을 모색하기 위해 해마다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것은 정 회장의 결심이 작용했으리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허민호 대표 선임을 계기로 코스메틱디비전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패션디비전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의 수입 브랜드 역량을 바탕으로 자사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확장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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