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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전 지원책에도 비용 절감 효과 미지수, 한국 대미투자 사업 수익성 확보가 관건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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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전 지원책에도 비용 절감 효과 미지수, 한국 대미투자 사업 수익성 확보가 관건
▲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맨 오른쪽)이 2025년 12월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크레인 클린 에너지 센터를 방문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크레인 클린 에너지 센터는 1979년 사고로 가동을 멈춘 스리마일 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과정에 바뀐 이름이다. <크리스 라이트 X 계정 사진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해 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원전 10기를 동시에 추진하며 대량 건설을 통한 비용 절감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국 정부 정책의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최대 8기 원전 건설을 포함한 대미 에너지 투자를 놓고 협상 중인데 비용과 수익성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미국 정부의 원전 지원 정책에도 비용 절감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전문가 발언을 보도했다. 

컨설팅 업체 캡스턴의 이샨 데샤크 벨루필라이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대량 주문되는 원자로 장비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타당해 보인다”면서도 “미국의 경험 부족으로 인해 비용이 예상치를 웃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175억 달러(약 24조2천억 원) 규모의 원전 공급망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까지 1.1기가와트(GW)급 AP1000 원자로 10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노형 AP1000은 기존 원전 대비 부품 수를 줄여 단순화한 구조와 외부 전력 없이 작동하는 장점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원자로다.

이번 미국 정부 대출 프로그램의 핵심 목적은 동일한 원자로 10기를 동시에 건설해 공급업체가 생산설비와 인력을 미리 확충하고 반복 건설 경험을 축적해 기당 건설비를 낮추는 것이다. 

미국 핵연료 기업 BWXT의 존 맥쿼리 상업 운영 부문 사장은 로이터에 “원자로 10기 투자를 통해 공급사는 반복 생산으로 얻은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며 “단발성 프로젝트보다 기당 비용을 낮춘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로이터는 미국 내에서 원자로 10기를 동시에 추진한 전례가 없어 비용 절감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건설된 AP1000은 조지아주 보글 3·4호기 뿐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근 30년 동안 새로 가동한 대형 원전도 이 2기에 그친다.

보글 3·4호기는 애초 예상보다 건설비가 크게 늘고 공기도 지연됐다. 이는 원전 설계와 시공을 주도한 웨스팅하우스가 2017년 파산보호신청을 하게 된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추진되던 VC 서머 원전 2·3호기도 2013년 건설을 시작해 2019년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비용 증가 문제로 2017년부터 공사가 멈춰 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전례처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전 사업자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대미 원전 투자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따라 2천억 달러(약 277조 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데 투자 대상 사업으로 오르내리는 원전 수익성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원전 지원책에도 비용 절감 효과 미지수, 한국 대미투자 사업 수익성 확보가 관건
▲ 김정관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 맨 앞)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왼쪽 맨 앞)이 2026년 1월29일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정부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8기 원전과 텍사스 천연가스 발전소 등에 투자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상하고 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에너지 분야 투자 규모가 1천억 달러(약 138조 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국 원전 사업 수익성을 둔 의구심이 나오는 셈이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의 대상과 수익성 목표 지표 등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협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로서는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거나 투자에 따른 리스크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에 한국의 투자금을 넣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대상에 원전이 포함되도록 압박해 오면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사업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 정부에 압박이 더해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컨설팅업체 아시아그룹의 제니퍼 리 파트너 발언을 인용해 “일본의 잇따른 투자 발표와 달리 한국은 대미 투자에 진전이 더뎌 보인다”며 “미국 정부 안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 문제도 한국의 원전 투자 수익성과 연결될 수 있다.
 
한국은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이사회 참여를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의결권 없는 소수 지분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미국 원전 사업의 주요 의사 결정권이나 수익 배분에서 충분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미 투자의 수익성이 낮아질 공산이 크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5일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를 둘러싼 여러 추측성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를 통해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대를 위해 대규모 원전 건설을 서두르고 있지만 현지에서 원전의 높은 건설비와 비용 초과 위험을 해소하지 못해 한국의 대미 원전 투자에도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뉴욕타임스는 에너지부의 원전 대출 프로그램을 두고 “많은 투자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초과될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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