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일 서울 서초구 치폴레멕시칸그릴 강남점에서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사장(왼쪽)이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CEO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사장이 치폴레멕시칸그릴(치폴레) 강남점 개점 행사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8년 만에 삼립 경영진으로 돌아온 직후 자신이 주도한 글로벌 외식 브랜드의 출시 무대를 통해서다. 치폴레를 쉐이크쉑에 이은 성공 브랜드로 안착시키면 경영승계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1일 상미당홀딩스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허 사장은 주요 소비자 대상 행사에 직접 나서며 경영 복귀를 굳히려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삼립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허 사장은 8월1일 삼립 최고비전책임자(CVO)로 선임됐다. 같은 날 형인
허진수 상미당홀딩스 부회장도 삼립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이 삼립 임원 명단에 오른 것은 8년 만이다.
허 사장은 삼립 지분 11.94%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허 부회장의 지분 16.31%를 더하면 두 형제의 지분은 28.25%에 이른다. 상미당홀딩스는 두 사람의 임원 선임을 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2018년 액상 대마를 밀수입하고 흡연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SPC그룹은 "
허희수 부사장을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했으며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후 허 사장은 2021년 11월 IT 계열사 섹타나인 임원으로 돌아온 뒤 비알코리아 전략총괄 등을 맡으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지난해 11월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삼립 CVO까지 맡으면서 그룹 유일 상장사의 경영진에 이름을 올렸다.
대외 행보도 꾸준히 넓혀왔다. 허 사장은 2024년 배스킨라빈스의 프리미엄 콘셉트 매장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의 '원더스' 매장을 찾아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신제품을 기자들에게 직접 소개했다.
허 사장이 경영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넘어야 할 첫 시험대는 치폴레의 국내 안착으로 여겨진다.
이런 행보는 SPC그룹의 오너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는 흐름과 맞물린다는 시선이 나온다.
| ▲ 1일 서울 서초구 치폴레멕시칸그릴 강남점에서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사장(오른쪽)과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가 기자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허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치폴레를 통해 한국 시장에 '커스터마이징 경험의 일상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외식시장에서 특별한 날이 아니라 일상에서 더 나은 한 끼를 선택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치폴레는 허 사장이 쉐이크쉑 이후 직접 전면에 나서 선보이는 대형 글로벌 외식 브랜드다.
한국과 싱가포르 사업은 상미당홀딩스 계열사 빅바이트컴퍼니와 치폴레 본사가 설립한 합작법인 에스앤씨레스토랑홀딩스가 맡는다. 빅바이트컴퍼니가 지분 51%, 치폴레 본사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치폴레가 해외시장에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랜드 사용권만 제공하는 방식과 달리 치폴레 본사도 자본을 투입해 사업의 성과와 위험을 함께 부담한다.
치폴레는 2026년 6월 말 기준 미국과 캐나다, 유럽, 중동 등에서 4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부리토와 타코, 샐러드 등에 들어갈 재료를 직접 선택하고 매일 매장에서 식재료를 손질해 조리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허 사장은 올해 안에 국내 2호점과 3호점을 추가로 열고 2027년 상반기에는 싱가포르에도 첫 매장을 낼 계획을 세웠다. 다만 출점 속도보다는 품질 유지에 무게를 뒀다.
그는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는 것보다 어느 매장에서든 동일한 품질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모든 매장은 직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료와 공급망에도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허 사장은 "한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매장 설계나 인테리어보다 재료와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며 "공급망이 갖춰지는 시점을 한국 진출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치폴레 강남점은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423에 약 363㎡, 96석 규모로 들어선다. 미국 매장과 같은 조리·주문 방식을 적용하고 일부 원재료는 국내 농가와 계약재배해 조달한다.
고객은 볼과 부리토, 타코, 샐러드 가운데 하나를 고른 뒤 주재료와 소스, 토핑을 자유롭게 조합하고 양도 직접 조절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치폴레 본사에서 파견된 인력이 두 자릿수 규모로 참석했고 주방에도 본사 소속 직원들이 투입됐다.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지역에서 매장을 열기 위해서는 여러 달에서 여러 해에 걸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 사장이 치폴레의 국내 안착을 자신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앞서 국내에 들여온 쉐이크쉑이다.
허 사장은 2016년 서울 강남에 쉐이크쉑 국내 1호점을 열었다. 쉐이크쉑은 2026년 7월 기준 국내 37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15개 등 모두 52개 매장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운영 경험을 쌓은 뒤 동남아시아 사업권까지 확보한 성장 경로를 치폴레에서도 재현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허 사장이 도입한 모든 외식 브랜드가 쉐이크쉑과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은 2020년 국내에 진출했지만 매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2024년 철수했다.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도 오프라인 매장을 대부분 정리하고 소매제품 유통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치폴레 역시 국내 소비자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멕시칸 음식이 주력인 데다 직영점과 신선식품 공급망을 유지해야 해 운영 부담이 작지 않다. 초기 화제성을 일상적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국내 안착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치폴레는 삼립이 아닌 별도 합작법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사업 성과가 삼립 실적으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치폴레를 한국과 싱가포르에 안착시키면 허 사장은 글로벌 브랜드 발굴과 운영 역량을 다시 입증할 수 있다. 삼립 CVO로 공식 복귀한 뒤 경영 능력을 증명하고 그룹 내 입지를 굳히는 데 치폴레의 성패가 중요해진 이유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