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8-27 15: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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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닷컴이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인적분할하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계열분리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지분이 얽혀있던 SSG닷컴이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별도 법인 '신세계몰'로 인적분할하기로 하면서 공동 소유구조를 쉽게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졌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이마트에서, 신세계몰은 신세계가 가져가는 방식의 지분 재편이 쉬워졌다는 점에서 계열분리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정리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SSG닷컴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라이프스타일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분할 뒤 존속법인 SSG닷컴은 식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장보기와 기존 커머스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사업은 신설법인 신세계몰(가칭)이 맡아 프리미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SSG닷컴은 10월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을 승인받아 12월1일 분할을 마무리한다. 법인이 나뉜 뒤에도 SSG닷컴 애플리케이션에서 신세계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 연동은 유지한다.
분할 직후 주주구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존속 SSG닷컴과 신설 신세계몰 지분을 각각 65.11%, 34.89%씩 보유하게 된다.
이번 결정이 곧바로 계열분리 완료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신세계가 SSG닷컴 지분 34.89%를, 이마트가 신세계몰 지분 65.11%를 계속 보유하는 만큼 후속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다만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하면서 지분 교통정리의 선택지는 넓어졌다.
물적분할을 했다면 신설법인 지분을 존속 SSG닷컴이 보유하게 된다. 반면 인적분할에서는 이마트와 신세계가 두 법인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가진 지분을 매입하거나 서로 맞교환할 수 있다.
가장 단순한 시나리오는 이마트가 신세계의 SSG닷컴 지분을 넘겨받고 신세계가 이마트의 신세계몰 지분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두 법인의 기업가치가 다르면 현금이나 다른 자산을 더해 차액을 맞출 수 있다.
사업 성격을 놓고 봐도 이 같은 구도가 자연스럽다고 평가된다.
SSG닷컴은 올해 들어 ‘온라인 이마트’라는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주간배송과 바로퀵을 확대하고 상품 매입과 프로모션, 신선식품 품질관리 기준도 이마트와 연계하고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7월 그로서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반면 신설 신세계몰이 맡게 될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사업은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의 사업 방향과 맞닿아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강화해왔다. 최근에는 ‘비욘드신세계’, ‘신세계V’ 등을 통해 기존 백화점 상품 판매를 넘어 온라인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까사 등 계열사도 패션·뷰티와 생활 분야의 상품 기반을 갖추고 있다.
신세계몰을 신세계가 가져간다면 백화점과 관련 계열사의 패션·뷰티·생활 상품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길 수 있다.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 SSG닷컴이 그로서리와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나눈다. < SSG닷컴 >
인적분할 결정 시점도 눈길을 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26일 재무적투자자 올림푸스제일차가 보유하던 SSG닷컴 지분 30%를 총 1조2711억 원에 취득했다. 이마트가 8275억 원, 신세계가 4436억 원을 부담하면서 SSG닷컴 주주는 두 기업만 남았다.
외부 투자자를 정리한 바로 다음 날 인적분할을 결정한 것이다. 앞으로 이마트와 신세계가 외부 주주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 분할과 후속 지분 정리를 협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두 기업이 재무적투자자 지분 인수에 이미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현금을 들이는 방식보다 지분 맞교환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수 있다. 실제 거래 방식은 분할비율과 두 법인의 기업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친족 독립경영을 인정받기 위해서도 공동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동일인 측이 독립경영 친족 측 회사에 보유한 지분은 10% 미만, 독립경영 친족 측이 동일인 측 회사에 보유한 지분은 15% 미만이어야 한다.
신세계그룹의 동일인은 정용진 회장이다. 따라서 정용진 회장 측이 정유경 회장 측 비상장회사에 보유한 지분은 10% 미만으로, 정유경 회장 측이 정용진 회장 측 비상장회사에 보유한 지분은 15%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보유한 지분율은 이 기준을 크게 웃돈다. 인적분할 이후에도 지분을 그대로 보유한다면 친족 독립경영을 인정받기 어렵다.
SSG닷컴은 애초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을 한데 모으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2018년 말 두 회사가 온라인 사업을 각각 물적분할한 뒤 2019년 3월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합쳐 SSG닷컴을 출범시켰다. 이마트의 장보기 경쟁력과 신세계의 패션·생활 상품을 한 법인에 묶어 투자와 의사결정을 일원화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SSG닷컴은 2019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한 번도 연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SSG닷컴은 2019년 819억 원, 2020년 469억 원,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2억 원, 2023년 1030억 원, 2024년 727억 원, 2025년 1178억 원, 2026년 상반기 5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6928억 원에 이른다.
통합 플랫폼의 외형 확대보다 각 사업의 독자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꿀 필요성도 커진 셈이다.
후속 지분 정리 과정에서는 분할비율과 자산·부채 배분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이 지분 100%를 보유한 패션 플랫폼 W컨셉이 어느 법인에 배치될지도 두 회사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SSG닷컴 지분을 정리하더라도 신세계의정부역사 등 남아 있는 공동 지분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번 인적분할은 계열분리의 마침표라기보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함께 보유해온 핵심 온라인 자산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든 단계에 가까워 보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분할은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닌 사업별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적분할”이라며 “두 법인은 각자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되 고객 접점과 필요한 사업 연계를 분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