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24일 워싱턴 DC 로즈가든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산 전력기기를 전력망에서 배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를 국가 안보 위협 요소로 지목했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및 효성중공업 등 한국 전력기기 3사는 미국 내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는데 투자 확대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외국산 장비가 미국 전력망을 위협하고 있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련 장비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전력기기가 사이버 공격이나 원격 접근, 공급 중단 등 리스크에 노출돼 미국 전력망의 안정성과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행정명령에 따라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외국산 변압기와 인버터, 전압 조정기와 고압 차단기 등 제품의 미국 내 구매나 수입, 설치를 금지할 수 있다.
이미 설치된 외국산 전력기기도 조사를 거쳐 전력망 연결을 차단하거나 교체 및 제거를 명령할 수 있다. 에너지부는 120일 안에 구체적 시행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특정 외국 세력이 미국의 대규모 전력 시스템에 취약점을 만들고 악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같은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LS증권 리서치센터가 미국 통계 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6월30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국가별 변압기 수입 비중에서 중국은 4.5%에 그쳤다.
그러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으로 미국에서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 투자를 위한 수요가 급증해 중국산 제품의 수입 물량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이외 전력기기 업체의 생산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전력기기 기업들은 미국 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증가로 주문량이 급증해 수혜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 ▲ 고압 송전탑이 7월3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 계곡에 설치된 댐 위쪽에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미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중국산 전력기기 수입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에 수혜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미국에서 변압기나 배전반을 비롯한 전력기기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어 중국산 장비의 시장 진입이 제한되면 사업 기회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미국 내에서 전력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있는 생산법인(HPT)의 제2공장에 2억 달러(약 3천억 원)를 투자한다. 2027년 4월 준공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을 현재 연간 105대에서 50%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효성중공업도 2025년 11월 테네시주 멤피스의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1억5700만 달러(약 2168억 원)를 투자해 2028년까지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을 현재 연간 130대에서 50% 이상 확대한다고 밝혔다.
초고압 변압기는 미국에서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을 겪는 장비로 파악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고객사들이 고전압 변압기를 주문한 뒤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근 약 5년까지 늘어났다고 17일 보도했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를 한국에서 전량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유타주 아이언카운티와 텍사스주 배스트럽시에 각각 배전반 및 중·저압 전력기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2025년 4월 배스트럽 설비 준공식에서 생산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2030년까지 2억4천만 달러(약 3313억 원)를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전력기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이번 행정명령은 HD현대일렉트릭을 비롯해 미국에 생산 설비를 갖춘 기업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