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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안나'는 보고 '이강인'은 못 본 밤, 쿠팡플레이 '독점의 책임' 생각해야 할 때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 2026-08-25 11: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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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안나'는 보고 '이강인'은 못 본 밤, 쿠팡플레이 '독점의 책임' 생각해야 할 때
▲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는 문화방송(MBC)에서도 볼 수 있게 됐지만 이강인 선수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는 쿠팡플레이 접속 오류로 일부 이용자가 시청하지 못했다.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만큼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대한 책임도 무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콘텐츠를 독점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야 한다.

24일 0시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에서 이강인 선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처음 선발 출전하는 경기가 시작됐다.

기대를 모았던 경기였지만 일부 이용자는 정작 이강인 선수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경기 도중 쿠팡플레이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는 "일시적인 트래픽 증가로 일부 환경에서 스포츠 중계 접속에 오류가 발생했다"며 "앞으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트래픽 증가는 접속장애가 발생한 원인을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독점 생중계 사업자에게 이용자가 몰렸다는 사실이 서비스 장애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기는 어렵다.

특히 스포츠 생중계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나 드라마는 오늘 보지 못하면 내일 볼 수 있다. 하지만 축구 경기에서 골이 들어가는 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결과를 알고 보는 90분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지켜보는 90분을 같은 상품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공교롭게도 불과 몇 시간 전 텔레비전(TV)에서는 정반대의 장면이 펼쳐졌다.

쿠팡플레이가 2022년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보였던 드라마 '안나'가 문화방송(MBC) 전파를 탔다. 쿠팡플레이 안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 4년이 지나 지상파 시청자와 다시 만난 것이다.

결과도 좋았다. 23일 MBC에서 방송된 안나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5.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안나는 이제 쿠팡플레이에 접속하지 않아도 MBC에서 볼 수 있다. 반대로 이강인의 경기를 국내에서 생중계로 보고 싶은 축구팬에게는 쿠팡플레이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안나를 MBC에 내보내는 것도, 거액을 들여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하는 것도 쿠팡플레이의 사업적 선택이다.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한쪽이 틀렸다고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콘텐츠를 여러 곳에 풀어놓는 것과 하나의 플랫폼에 독점하는 것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후자는 사업자가 소비자의 대안을 직접 없애는 선택이라는 점이다.

대안이 없는 상품이라면 기본적인 서비스 품질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기자의눈] '안나'는 보고 '이강인'은 못 본 밤, 쿠팡플레이 '독점의 책임' 생각해야 할 때
▲ 쿠팡플레이는 현재 스포츠패스를 별도 유료상품으로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홈페이지 갈무리>

쿠팡플레이는 현재 프리미어리그와 라리가, 분데스리가 등 주요 스포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구독형 멤버십 '스포츠패스'를 별도 유료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용료는 와우회원 월 1만2400원, 일반회원 월 1만9300원이다.

가격을 얼마로 정할지, 어떤 중계권을 얼마에 사올지는 회사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중계권 확보가 스포츠 사업의 전부라면 비싼 돈을 주고 콘텐츠만 가져오면 되겠지만 생중계 사업은 그 콘텐츠를 경기 시간 내내 끊김 없이 전달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짊어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 역시 다르다.

소비자는 돈을 내고 그 경기를 '제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사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 역시 이를 감안해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도 스포츠패스를 통해 더 많은 팬을 끌어들이려 했다면 사람이 몰리는 상황을 예외로 봐서는 곤란하다. 인기 선수의 경기에 많은 이용자가 한꺼번에 접속하는 것은 스포츠 플랫폼이 성공했을 때 당연히 마주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사람이 아무리 몰려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쿠팡플레이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고 싶다. 그것이 스포츠 독점으로 돈을 받는 사업자가 져야 할 책임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쿠팡플레이가 이번 장애 뒤 내놓아야 할 답도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형 경기에 이용자가 몰려도 감당할 수 있도록 어떤 대비를 강화할 것인지, 다시 장애가 발생했을 때 이용자에게 어떻게 알리고 대응할 것인지, 돈을 내고도 핵심 상품을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에게 어떤 기준으로 보상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쿠팡플레이는 24일 이강인 선수 아틀레티코마드리드 경기가 끝난 뒤 하이라이트 부분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본 경기 시청에 불편을 겪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향후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며 말을 아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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