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8일까지 추가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현대차 노조가 올해 쟁의행위로 생산공장 가동을 멈추는 시간은 100시간을 채우게 된다.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은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이 2025년 6월26일 울산 북구에 위치한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가 브랜드 대표 모델인 그랜저와 아반떼의 신차 생산을 늘려 판매량 반등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노조 파업에 따라 차량 생산과 소비자 인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달 안에 내놓을 예정이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도 노조가 테스트용 차량 생산까지 막으면서, 신차 출시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노조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여름휴가가 끝난 지난 11일 추가 파업을 결의했다. 주·야간 근무조별로 이날부터 13일까지 각각 4시간씩, 14일과 18일에는 각각 6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올해 현대차 노조가 부분파업을 진행한 시간은 7월31일까지 모두 60시간이다. 추가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100시간을 채우게 된다.
현대차 노조가 100시간 넘게 부분파업을 진행한 것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7차례 부분파업으로 모두 172시간 동안 생산공장 가동을 멈췄다.
1987년 설립된 현대차 노조가 역대 부분파업을 진행한 시간으로 놓고 봐도 100시간을 넘긴 적은 두 번밖에 없었다.
최근 파업에 따른 매출 손실도 역대급 기록을 쓰고 있다. 7월31일까지 세 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하면서 누적 매출 손실 약 1조1220억 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추가 파업이 진행되면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매출 손실이 1조 원을 넘긴 적은 모두 일곱 번이다. 2001년 처음으로 매출 손실 1조 원을 넘었고, 2016년에는 212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하면서 역대 최대인 3조1천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생산라인을 1시간 가동하지 않으면 매출 손실 187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추가 파업으로 100시간을 채우게 되면 매출 손실이 1조87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 가운데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측이 올해는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노사 관계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의 요구대로 노조가 단체협상과 관련된 사안에서 한 발 물러서지 않는다면 올해 임금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영일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는 최근 노동조합원 가족들에게 파업 중단을 설득해 줄 것을 부탁하는 서신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한 임금·퇴직금 감소, 회사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책자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을 멈춰야 한다는 내부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노조 파업에 대해 연이어 강경한 메시지를 냈던 최 대표는 노조원 가족들에게도 파업 중단을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교섭이 진행되면 교섭 당일에는 파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며 협상 창구를 열어뒀다. 파업으로 압박한 뒤 교섭 횟수를 늘려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당초 현대차는 올해 주요 신차들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판매 슈퍼사이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노조 파업이 길어지면서 슈퍼사이클 호기를 놓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파업이 진행된 7월 판매 31만845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5.1% 감소했다. 국내 판매는 14.4%, 해외 판매는 3.2%가 줄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난 5월 출시된 준대형 세단 ‘더 뉴 그랜저’ 생산에 속도를 내야 할 시기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인도가 늦어져 판매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더 뉴 그랜저가 출시되자마자 계약한 소비자들 가운데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생겨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안내 문자를 받은 경우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5일 출시된 준중형 세단 ‘디 올 뉴 아반떼’도 생산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지난 7월31일까지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을 4만2510대로 집계했다. 추가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돼 100시간을 채우게 되면 생산 차질 대수가 7만85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빠르면 8월 안에 내놓기로 한 투싼의 완전변경 모델은 계획보다 출시가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월 말 울산공장 생산라인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신형 투싼 시험(파일럿) 모델 생산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양산에 앞서 마지막 검증 작업만 남겨 놓고 있었지만, 노조가 파업을 이유로 시험 모델 생산까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싼은 지난해 5만3901대가 팔리면서 국내 자동차 판매 순위 9위를 기록했다. 그랜저, 아반떼와 함께 올해 하반기 현대차 판매 실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지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