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리 기자 nmile@businesspost.co.kr2026-08-03 16: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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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10월 퇴임하기로 하면서 차기 행장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몰린다.
이번 인선의 핵심 키워드는 ‘기업금융’으로 꼽힌다. 한국씨티은행이 유명순 행장 시절 소매금융 철수 등 대대적 사업 재편을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는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경영 성과를 좌우할 수 있어서다.
▲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10월 퇴임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국씨티은행>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새로운 행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에 들어갔다.
유 행장이 최근 사내 메일을 통해 10월 말 퇴임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승계 절차를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만큼 씨티은행은 차기 행장 선임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이미 롱리스트 작성 등 후보군 검토가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모기업 미국 씨티그룹 본사가 운영하는 글로벌 최고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인 ‘핵심 인재 검토(Talent Inventory Review)’ 등을 통해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관리한다. 유 행장 역시 이 같은 인재 육성 체계를 거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유 행장은 2020년 씨티은행 최초이자 국내 민간은행 첫 여성 행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씨티그룹이 글로벌 차원에서 여성 리더 발탁을 확대하고 있었던 데다 기업금융 부행장을 지내며 쌓은 전문성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이후 유 행장은 씨티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맞춰 국내 소매금융 부문의 단계적 철수를 이끌며 대대적 사업 재편을 지휘했다. 소매금융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기업금융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며 수익 기반은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사업 재편 효과는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씨티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 1328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하면서 2018년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소매금융 철수 등 사업 재편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차기 행장의 역할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재편을 마무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유 행장 체제와 달리 차기 행장은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본격화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해서다.
이런 점에서 금융권에서는 기업금융에 강점을 지닌 인사가 차기 행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기업금융을 총괄하는 김경호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나온다.
김 부행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전문석사(MBA)를 받았다. 이후 2001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대기업금융부장과 금융기업영업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2022년부터 기업금융그룹장을 맡고 있다.
다만 이번 인선은 과거와 다른 변수도 있다.
박 전 회장과 유 행장은 모두 수석부행장을 거쳐 행장에 선임됐지만 현재는 수석부행장 직제가 폐지된 상태다. 대신 5명의 부행장이 각 사업부문을 맡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뚜렷한 후계 구도가 형성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부행장들 역시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폭넓게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 새로운 씨티은행장은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본격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와 외부 인사도 변수로 꼽힌다.
2020년 유 행장 선임 당시 차기 행장 후보로 함께 거론됐던 박장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가 이번에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박 대표는 1965년생으로 30년 넘게 투자은행(IB)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뱅커스트러스트 투자은행 부문 대표, 2004년 살로먼스미스바니 채권발행시장(DCM) 부문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2005년부터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를 맡고 있다.
외국계 은행 특성상 국내 인사뿐 아니라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본부 등 글로벌 조직 출신 인사가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씨티은행은 지분 99.98%를 씨티그룹이 보유하고 있어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서 본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다만 국내 기업문화 등을 고려할 때 내부 출신 경영인에 무게가 실린다. 씨티은행은 2004년 10월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하고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합병해 공식 출범했다. 이후 지금까지 모두 내부 출신 국내 인사가 행장을 맡았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개인적 결정에 따라 연임에 나서지 않고 현 임기가 종료되는 10월 말 퇴임할 예정”이라며 “씨티은행은 즉각 후임 은행장 선정 절차에 착수해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질 없이 승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