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고양1센터에서 작업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당일 작업구역은 온도 35~36도, 습도 70~80%였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회사는 수백억 원대 냉방투자를 이어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생성형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쿠팡 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또 쓰러졌다.
쿠팡은 물류센터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수백억 원대 냉방투자와 휴식제도를 운영하는 등 폭염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실제 작업환경과 휴게시설 운영과 관련해 온열사고 관련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3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고양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고양1센터 6층에서 7월29일 작업자 1명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해당 작업자는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진단명과 현재 상태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당일 6층 작업구역에서는 높은 온도와 습도가 이어졌다는 현장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현장 작업자는 "당시 고양1센터 6층 공정 내부 온도가 36도, 습도는 80%였다"며 "해당 환경에서 계속 걸어 다녀보니 나까지 현기증을 느꼈다"고 전했다. 기온 36도에 습도 80%라면 체감온도는 약 38.3도에 이른다.
사고 당일 휴식은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 고양1센터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일 때 작업자에게 2시간마다 20분의 휴식을 부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고양1센터의 휴게시설 운영을 둘러싼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장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사고 당일 센터 안의 '쿨존'이 운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쿨존은 물류센터나 작업 현장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더위를 피하고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에어컨과 휴식 시설을 갖춰 놓은 원내 냉방 휴게 구역·쉼터다.
메자닌 구조가 관련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뒤 쿨존을 철거했다가 재설치했지만 공무원 점검을 앞두고 다시 없앴다는 것이다.
메자닌은 높은 층고의 창고 내부에 철골을 세우고 중간 바닥을 조립해 물건을 보관하거나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건물을 새로 짓지 않고도 보관 면적을 크게 늘릴 수 있어 쿠팡 같은 대형 물류센터에서 많이 사용한다.
메자닌은 여러 층의 조립식 바닥과 적재 선반이 공기 흐름을 가로막아 냉방·환기 효과가 구역별로 고르게 미치기 어렵다. 특히 더운 공기가 위쪽에 머무는 데다 상층부는 냉방장치나 출입구와도 멀어 여름철 열기가 쌓이기 쉽다.
고양1센터 내부 기온은 구역에 따라 40도까지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1센터는 하루 약 2500명이 일하는 경기 지역 최대 물류센터로 7층 건물 가운데 5개 층이 메자닌 구조다.
▲ 메자닌은 높은 층고의 물류센터 내부에 철골로 중간 바닥을 설치해 상·하부를 작업·보관 공간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여러 층의 바닥과 적재설비가 공기 흐름을 가로막아 냉방·환기 효과가 구역별로 고르게 미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휴식시간의 기준이 되는 체감온도 측정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025년 8월 대구2센터에서 온습도계가 에어컨 송풍구 아래에 설치돼 실제 작업공간보다 낮은 온도가 기록됐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2026년에도 노동자가 직접 작업구역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온습도계 반입을 시도했지만 쿠팡이 보안규정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내세운 수백억 원대 냉방투자가 실제 작업구역의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쿠팡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은 2022년에도 국회 현장점검 대상에 올랐다.
전해철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노웅래·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2022년 8월17일 경기 화성시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찾아 냉방시설과 폭염대책을 살폈다.
의원들은 온도계를 들고 물류센터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직접 측정했다. 당시 내부 온도는 32도 이상, 습도는 60% 이상이었으며 현장 노동자들은 휴게실과 휴게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고양1센터는 라이언 브라운 애셔 대표가 올해 혹서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가장 먼저 찾은 물류센터이기도 하다. 그의 현장점검으로부터 55일 만에 작업자가 쓰러졌다.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에 위치한 쿠팡 고양 물류센터. 이곳에서는 7월29일 작업자 1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양 센터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올해 폭염대응을 위해 가장 먼저 현장점검을 진행한 물류센터다. <연합뉴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앞서 6월부터 9월까지를 '혹서기 특별 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브라운 대표가 6월4일 고양1센터를 찾아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브라운 대표는 고양1센터의 혹서기 대응 상황을 살폈다. 경영진이 전국 주요 물류센터를 차례로 방문해 현장 의견을 듣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본격화한 2014년 이후 물류시설 냉방에 투자를 이어왔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수년 전부터 전국 주요 물류센터에 매년 수백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냉방장치를 설치하는 '냉난방공조(HVA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외부 열기를 차단하는 냉기 밀폐형 도어와 실링팬, 서큘레이터, 대형 선풍기 등 냉방·환기시설을 늘리고 있다. 작업자에게는 냉매조끼와 쿨토시, 냉패치, 넥쿨러 등 개인 보냉장구도 지급한다.
브라운 대표는 6월4일 고양1센터를 점검하면서 "현장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은 쿠팡의 최우선 가치이며 이를 위해 전국 주요 센터에 HVAC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냉방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왔다"며 "올해 역시 폭염이 예상되는 만큼 직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