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사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네이버>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10억 달러(약 1조4809억 원)를 투입해 네이버 지분 4.5%를 확보하며 3대 주주에 올랐다.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창업 후 26년간 외부 투자 유치와 신주 발행을 거치며 자신의 지분율을 3%대까지 낮췄다.
이번에는 엔비디아를 창업자 본인보다 많은 지분을 쥔 주요 주주로 끌어들이며, 차기 인공지능(AI)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네이버는 27일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10억 달러(약 1조4809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20만4500원, 납입 기한은 오는 10월30일이다.
이번 유증으로 엔비디아는 네이버 보통주 724만1564주, 지분 4.5%를 취득해 국민연금과 블랙록에 이은 3대 주주로 올라선다. 오는 8월3일 예정된 490만 주 규모의 자사주 소각까지 반영되면 엔비디아의 지분율은 4.76%로 높아질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확보하는 주식 수는
이해진 의장의 보유분(1분기 말 기준 612만9725주)을 웃돈다.
이 의장은 창립 초기 12%대 지분을 보유했지만, 외부 투자 유치와 신주 발행, 지분 매각 등을 거치며 현재 지분율을 3%대까지 낮췄다.
그는 앞서 "네이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내 회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히며 창업자 지분율이 낮은 이례적 구조를 유지해왔다.
다만 국민연금·블랙록 등 기존 대주주가 재무적 투자자인 것과 달리, 이번엔 사업 파트너인 엔비디아가 창업자를 웃도는 지분을 쥐게 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 역시 22년 만이며, 2008년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결단의 배경에는 회사가 처한 AI 경쟁 환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글로벌 AI 전환기 속에서 미국 빅테크들과의 자본 및 기술력 격차로 생성형 AI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 고전해 왔다. AI 경쟁이 천문학적 자본력 싸움으로 흘러가면서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작은 네이버를 향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고, 이 의장의 경영 복귀 역시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이뤄졌다.
그는 2025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에 복귀하면서 “모바일 시대에 해외로 진출했듯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올해 6월8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임직원들과 취재진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네이버> |
복귀 이후 네이버는 AI 서비스 고도화와 두나무와의 합병을 통한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으나, AI 경쟁력이 기업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주가는 코스피 상승장 속에서도 횡보를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용·구동할 수 있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엔비디아와 함께 발표하며 AI 인프라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지목했다.
이번 지분 투자는 엔비디아가 직접 자본을 투입해 네이버와의 관계를 한층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는 현지 시각으로 24일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행사 등을 통해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로부터 전부 1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가 10억 달러를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브룩필드가 최대 90억 달러를 투자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국내 본사를 방문했을 때 대략의 AI 인프라 사업 확대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투자와 브룩필드와의 사전 계약으로 AI 인프라 사업 가시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자금 조달을 마쳤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확실한 수요처가 있어 가능한 거래 구조"라며 "네오클라우드 사업 1단계인 200㎿는 2027년부터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사가 그리는 AI 사업 규모는 크다. 회사는 5년 뒤 AI 인프라 부문에서만 연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네이버 전체 연간 매출(12조350억 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 설계와 운영 능력, 자체 AI 모델과 플랫폼 서비스 능력을 동원해 이른바 소버린(주권적) AI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2027년 상반기 55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이어 2028년 200MW로 확대하고, 이후 1GW급으로 확장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 등 해외 소버린 AI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엔비디아가 한국을 AI 인프라 핵심 파트너로 바라보고 네이버의 기술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실"이라며 "제한된 자본력 속에서도 꾸준히 투자를 집행해 온 성과가 인정받은 만큼, 시장에서 네이버의 AI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