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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략비축유 미국 추월해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 트럼프 견제 흔들 변수로 부상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6-07-23 15: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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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략비축유 미국 추월해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 트럼프 견제 흔들 변수로 부상
▲ 중국 유조선 위푸쭤호가 16 산둥성 칭다오항의 터미널에서 수입 원유를 하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재고가 1983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비축유를 확보하며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세계 원유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여지가 커진 대규모 비축유를 무기화할 가능성도 나오면서 미국 정부의 대중 압박에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 미국과 이란 전쟁에 중국 원유 수입 불확실성 커져

22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전날 홍해상에서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싣고 중국과 인도로 향하던 유조선 3척이 미국과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회항했다. 

이란과 연계된 후티 반군이 지난 20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금수조치를 선언하고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사우디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지난 2월28일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전쟁 여파로 중동 원유의 중국향 수출길이 완전히 막힐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의 수출 제한을 비롯해 공급망 재편과 동맹국 연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중국은 에너지 수입에서도 부담이 커지게 됐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지난 1월2일 베네수엘라를 침공한 데 이어 이란까지 공격한 배경으로 중국의 원유 수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와 이란 모두 중국의 우방국으로서 중국에 원유를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원유 무역량의 20% 이상을 수입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석유를 장악하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략비축유 미국 추월해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 트럼프 견제 흔들 변수로 부상
▲ 중국이 비축유에 힘입어 원유 수입을 줄이는 가운데 미국 비축유는 줄어들고 있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 미국은 비축유 소진하는데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로 축적

다만 미국 정부의 에너지 패권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이 상당한 규모의 원유를 쌓아뒀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21일에 펴낸 보고서를 통해 지난 5월 기준으로 중국이 정부 비축분과 상업 비축분을 합쳐 약 14억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중국의 일일 수입물량 기준으로 따져보면 140일분에 해당한다. 

넉넉한 비축유 재고를 바탕으로 중국은 오히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나타나자 원유 수입을 줄였다.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GACC)가 지난 14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원유 수입량은 하루 710만 배럴로 2017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이 벌어지기 전 2월 일일 수입량은 1260만 배럴이었는데 오히려 수입량이 감소한 것이다.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기업이 보유한 원유 재고를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중국이 넉넉하게 비축유를 쌓아둔 것과 달리 미국은 유가 상승에 대응해 비축유를 방출하며 규모가 감소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비축유 규모는 7월 셋째 주 기준 3억1140만 배럴로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은 2천년대 중반 셰일 혁명의 영향으로 원유 생산량이 대폭 늘었다. 올해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200만 배럴로 당장 비축유가 감소해도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석유로 중국을 견제할 카드는 약해졌다.

랜드연구소는 “중국 비축유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으며 정부와 상업 비축을 결합한 체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략비축유 미국 추월해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 트럼프 견제 흔들 변수로 부상
▲ 청바지를 입은 운전자가 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드레셔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토요타 프리우스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 중국 '스윙 임포터' 부상해 미국 에너지 패권 구도 흔들려

이란 전쟁 국면에서 중국 정부는 늘어난 비축유를 바탕으로 원유 수입을 하루 약 300만 배럴로 줄이며 국제유가 급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벌어진 뒤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만 배럴당 최대 200달러 오를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상당히 제한됐다. 이를 놓고 로이터는 중국의 수입 감소를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닛케이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스윙 프로듀서(producer, 생산국)’ 역할에 대응하는 ‘스윙 임포터(importer, 수입국)’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자국의 필요에 따라 원유 수입을 조절해서 세계 원유 공급 부족 충격을 흡수한 모습이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핵심 산유국에 비견될 정도라는 의미다.

나아가 랜드연구소는 “중국의 비축유는 적대국을 견제하거나 세계 공급망을 교란하는 등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전기차 도입을 장려하고 있어 앞으로 자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중국의 휘발유 소비량은 전기차 판매 증가로 지난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일일 평균 100만 배럴이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중심 경제 전환으로 자국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더 낮아질 경우 중국 정부는 외교와 지경학(Geoeconomics)적 목적에 비축유를 활용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일으킨 전쟁으로 중동발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어도 비축유를 쌓아 둔 중국이 석유 자원을 앞세워 미국의 각종 경제적 견제에서 버틸 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21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 움직임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빈 연료 탱크로 중국을 상대로 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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