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인공지능 기업 문샷AI가 7월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에 전시장을 마련하고 '키미 K3' 인공지능 모델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 ‘키미 K3’이 우수한 성능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으면서 미국과 한국의 증시 하락을 이끄는 등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키미의 우수한 성능은 글로벌 협력과 개방형 전략을 중심에 둔 중국 정부의 정책 덕분이라는 현지 관영매체의 평가도 제시됐다. 이는 AI 분야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힌다.
◆ 키미 K3 최고의 오픈소스 AI 모델에 등극, “중국의 AI 기술 한 단계 성장”
중국 관영매체 CGTN은 20일 “키미 K3의 성공은 개방성과 협업이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키미 K3은 중국 인공지능 기업 문샷AI가 지난 17일 선보인 인공지능 모델이다. AI 성능에 핵심 지표로 꼽히는 파라미터가 2조8천억 개 안팎으로 오픈소스 모델 가운데 가장 많다.
오픈소스는 개발자들이 누구나 AI 모델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고 직접 수정하거나 배포할 수도 있도록 허용하는 개방형 방식이다.
오픈AI나 앤트로픽 등 대부분의 인공지능 기업은 소스 코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CGTN은 중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오픈소스 AI 모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채용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소스 AI 기술을 도입한 전 세계 기업의 약 80%가 중국의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키미 K3도 뛰어난 성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초반부터 주목을 받는 오픈소스 모델인 만큼 관련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K3은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이 연산 능력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성장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전했다.
◆ ‘제2의 딥시크 충격’ 증시에 반영, 초반 인기에 신규 가입도 중단
CNBC에 따르면 조사기관 무어인사이츠의 패트릭 무어헤드 CEO는 키미 K3 모델이 시장에 ‘딥시크 충격’과 매우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키미 K3가 처음 공개된 17일 장중 대만 TSMC 주가는 최대 7%, 오픈AI의 주요 투자사인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는 9%에 이르는 하락폭을 보였다. 엔비디아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한국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20일 장 초반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키미 K3과 같은 오픈소스 인공지능 모델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 주요 반도체 고객사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1월 출시된 중국 딥시크의 인공지능 모델이 우수한 성능으로 엔비디아를 비롯한 여러 반도체 기업의 주가 급락을 이끌었던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된 셈이다.
문샷AI는 키미 K3가 출시 초반부터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자 연산 능력 부족을 이유로 일반 이용자들의 신규 가입과 이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인프라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문샷AI는 연산 장비 확충에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며 새로운 설비가 가동되는 대로 신규 가입 및 서비스 제공을 정상화하겠다고 덧붙였다.
| ▲ 키미 K3 인공지능 모델이 2025년 초 '딥시크 충격'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 챗GPT 제작> |
◆ 중국 정부의 ‘개방형 정책 성과’ 강조, 미국의 기술 규제에 맞서
CGTN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오픈소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적극 유도하면서 딥시크와 키미 K3의 잇따른 성공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오픈소스 기반 AI 모델은 높은 접근성과 활용성을 앞세워 개방형 국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전 세계 모든 인류에 혜택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CGTN은 “개방성과 협업 기반의 생태계가 세계 AI 발전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술 성과를 모두에게 공유하면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더 많은 국가와 기관, 개발자가 AI 전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도 19일 키미 K3의 성과를 조명하는 보도에서 “개방형 인공지능 활용 확대는 전 세계의 협력과 공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AI 시장에 참여하는 진입장벽을 낮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 세계의 인공지능 분야 협력 강화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도 키미 K3과 같은 기술의 등장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들이 키미 K3의 성과를 이처럼 강조하는 이유는 결국 미국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규제하기 위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의 수출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규제 영향을 극복하려 우수한 연산 성능보다 효율성을 중점에 둔 기술 발전 방식을 선택했고 결국 오픈소스를 전면에 내세워 보급 확대를 우선순위로 뒀다.
미국 기업들의 인공지능 모델과 비교해 기술력이 다소 뒤처져도 중국의 기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면 전 세계에서 빠르게 기술 채택이 확대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그동안 기술 규제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해 이를 완화하거나 철회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딥시크와 키미 K3의 성공은 중국의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줄 수 있다. 관영매체들도 이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개방형 협력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인공지능 기업들은 미국의 기술 규제에도 뛰어난 역량을 갖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며 “포용성과 기술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덕분”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