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삼성바이오로직스 M&A로 모달리티 다변화, 존 림 CDMO '초격차 유지' 집중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2026-07-20 1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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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적극적 기업인수합병(M&A)을 경쟁력 확대의 도구로 쓰고 있다.
그동안 생산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을 함께 넓히는 초격차 전략을 써왔다면 이제는 대형 M&A를 통해 모달리티(약물이 질병의 표적을 공략하는 치료법의 종류나 작용 방식)를 다변화하는 단계로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 업체 인수를 발표했다. 사진은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 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인수하면서 비만치료제 영역까지 위탁생산을 확장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대주주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를 거쳐 올해 말까지 지분 100%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인수금액은 14억6천만 스위스프랑으로 약 2조7천억 원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이뤄지는 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펩타이드는 여러 개의 아미노산이 사슬 형태로 결합한 물질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가 대표적인 펩타이드 의약품으로 꼽힌다. 적용 분야도 대사질환뿐 아니라 항암과 내분비질환, 희귀질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5년 11월 인적분할을 통해 순수 CDMO 기업으로 전환한 뒤 미국 록빌 생산시설에 이어 추진하는 두 번째 M&A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투자 및 자회사 관리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하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상업화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새 회사 아래 편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할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업과 CDMO 사업을 분리하면서 순수 CDMO 사업만 담당하는 회사로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존 림 사장은 순수 CDMO 기업으로서의 3대 성장축으로 생산능력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글로벌 거점 강화를 제시해왔다.
그는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 행사 JP모간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3대축 확장 전략을 가속하는 한편 핵심역량을 더욱 강화해 미래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하는 등 생산공정의 표준화와 단순화, 확장성을 바탕으로 초격차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지점은 존 림 사장이 이러한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올해부터 M&A 수단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A를 활용하지 않는 회사는 아니다. 2022년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23억 달러에 인수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거래가 공동으로 설립한 기존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순수 CDMO 기업으로 전환 뒤 추진한 M&A는 외부 생산시설과 기술, 인력을 직접 확보해 CDMO 사업의 지역과 영역을 넓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사업 확장형 M&A의 첫 사례가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록빌 생산법인 인수계약을 맺고 올해 3월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1~5공장을 통해 총 78만4천 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보해 글로벌 CDMO 기업 가운데 생산능력 기준 가장 큰 규모를 갖췄지만 인수합병까지 병행하며 생산능력 1위 자리를 공고히한 것이다.
록빌 공장은 두 개의 제조시설에 모두 6만 리터 규모의 항체의약품 원료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GSK 생산물량과 현지 전문인력 500여 명을 함께 승계해 인수 뒤 별도의 유휴기간 없이 상업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록빌 공장의 생산능력을 중장기적으로 10만 리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는 록빌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북미에서 전략적 M&A와 자체 공장 건설을 통한 추가 생산거점 확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연장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자체적으로 구축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달리티 확장에 M&A를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췄다고 해서 펩타이드 등 새 모달리티의 개발·생산 역량까지 곧바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달리티마다 공정과 설비, 품질관리 체계, 전문인력이 달라 이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존 림 사장은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통해 생산시설과 기술, 전문인력을 한꺼번에 확보함으로써 펩타이드 CDMO 시장 진입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록빌 인수가 항체의약품 생산시설과 기존 물량을 인수해 미국 생산거점을 마련한 거래라면,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하지 않았던 펩타이드 제조기술과 전문인력, 고객사, 기존 CDMO 계약을 한꺼번에 확보하게 된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의 펩타이드 생산사업부에서 분사한 전문 CDMO 기업으로 스위스 바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스웨덴과 벨기에, 프랑스, 미국, 인도 등 5개국에서 생산·연구개발 거점 6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직원은 약 1500명이다. 펩타이드 의약품과 관련해 1천 건 이상의 개발·생산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이 수행하고 있는 기존 CDMO 계약을 승계해 인수 직후부터 기존 수주 물량을 생산하고 매출을 이어갈 계획을 세웠다.
자체적으로 펩타이드 생산사업을 구축하려면 전문인력 확보와 생산공정 개발, 공장 건설, 규제기관 인증, 고객사 수주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사업 기반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면 시설과 기술, 인력, 고객계약을 동시에 확보해 시장 진입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조7천억 원을 투자해 펩타이드 의약품 위탁생산까지 분야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존 림 사장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생산능력과 사업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성장축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증설 계획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1~5공장에 모두 78만5천 리터의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록빌 공장의 6만 리터를 더하면 글로벌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은 84만5천 리터다.
회사는 2032년까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 6~8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제3바이오캠퍼스에는 펩타이드와 세포·유전자치료제, 차세대 백신 등 고부가가치 신규 모달리티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체 증설로 대규모 상업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M&A로 외부에 이미 구축된 기술과 고객, 해외 거점을 끌어들여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이는 구조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항체의약품 중심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지원 서비스에 이어 펩타이드 CDMO까지 확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두 회사의 고객 기반을 활용한 교차수주도 추진한다. 기존 항체의약품 고객에게 펩타이드 생산서비스를 제공하고 폴리펩타이드그룹 고객에게 항체의약품과 ADC 관련 서비스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물론 앞으로는 폴리펩타이드그룹이 보유한 6개 해외 생산·개발 거점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품질관리 및 글로벌 운영체계와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존 고객계약을 유지하면서 교차수주와 생산시설 확충을 통해 인수 효과를 실제 매출과 수익성으로 연결하는 일도 남아 있다.
자체 증설과 대규모 M&A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익창출력과 비교적 낮은 차입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 1조2571억 원과 영업이익 5808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8%, 35.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은 46.2%였다.
올해 3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현금성자산 등은 1조6204억 원이다. 총차입금은 9189억 원, 차입금비율은 11.6%, 부채비율은 51.4%로 집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인수대금은 기본적으로 당사가 보유한 현금과 외부 차입 등을 활용해 충당할 계획”이라며 “부채비율이 매우 낮은 견고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자금조달 측면에서 충분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진행 경과와 상황에 맞춰 최적의 자금조달 방안을 선택해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