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2026-07-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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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7월 코스피가 역대 최대 변동성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매수 매도 타이밍을 잡기 위해 국내 증권사의 종목 보고서를 열심히 살펴보지만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여전히 '매수' 의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서다.
▲ 국내 증권사 리포트 가운데선 '매도' 의견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기업고객과 관계, 제한적 정보 등이 국내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고 국내 증권사 보고서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의견’보다는 목표주가의 변화, 보고서가 끊기거나 새로 시작되는 시점 등을 읽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7월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 주가가 크게 내리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의 관련 종목 매도 리포트는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직전 거래일인 16일 삼성전자 주식은 전날보다 8.77% 내린 25만5천 원, SK하이닉스 주식은 11.53% 내린 184만2천 원에 장을 마쳤다. 두 종목 주가는 6월 말과 비교해 각각 23.65%와 30.49% 하락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43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낮췄지만 투자의견 '매수'는 여전히 유지했다. 목표주가 역시 당시 주가(29만6천 원)보다 높았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13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시장 기대치보다 8% 낮췄지만, 목표주가(380만 원)와 매수 의견은 그대로 유지했다.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 목소리를 낸 곳 역시 '매도'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에 투자의견 '보유'와 목표주가 185만 원을 제시했다.
목표주가가 보고서 작성 당시 주가(207만6천 원)보다 낮은 수준이라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정작 투자의견은 '매도'가 아닌 '보유'였다.
반면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매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세일즈·트레이딩 데스크는 7일 고객 노트에서 "SK하이닉스 한국 상장 주식은 매도하고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매수하라"는 의견을 냈다.
미국 모간탠리도 6일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증가 둔화 가능성에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성장 동력이 정점을 지났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부정적 의견을 내기보단 아예 리포트를 내지 않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올해 3월 코스닥 시가총액 1위까지 올랐던 삼천당제약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천당제약 주가가 지난해 말 23만2500원에서 올해 3월 118만4000원까지 5배 넘게 치솟는 동안, 이 종목을 다룬 증권사 리포트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뿐이었다. 그마저도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국내 증권가의 '매도 실종'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31곳 가운데 매도 의견 비율이 0%인 곳이 28곳으로 전체의 90.3%를 차지했다.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는 3곳에 그쳤고, 이마저도 매도 비율은 1%대를 넘지 못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월 보고서에서 "투자의견에서 매수와 적극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이후 90%를 상회한다"며 "목표주가에 내재된 예상수익률 역시 실현수익률에 비해 현저히 높다"고 바라봤다.
국내 증권사의 매수 편향 원인으로는 이해상충 가능성이 꼽힌다.
김 연구위원은 "상장 기업은 증권사에 투자은행(IB) 업무를 맡길 수 있는 잠재 고객이고, 그 회사 주식을 이미 보유한 기관투자자도 증권사의 또 다른 고객"이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증권사 연구원이 개별종목에 부정적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국내 증권사 90%가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내지 않았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매수 편향성이 증권사 보고서의 실뢰성을 무너뜨린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국내 상장기업 분석 보고서 약 74만 건을 분석한 결과, 2012년 이전엔 매수의견 포트폴리오가 유의미한 초과수익률을 냈지만, 2013년 이후로는 유의성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0월 CJE&M 미공개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가 강해지면서 애널리스트의 기업정보 취득 경로가 위축된 것도 주요 계기로 지목된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의견'보다는 그 안의 '숫자'를, 그리고 리포트가 아예 나오지 않는 종목의 침묵 자체를 읽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공식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내놓길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의견 자체보다는 목표주가가 오르는지 내리는지, 그 변동 폭이 어떤지 등을 눈여겨보는 게 실질적 신호를 읽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는 종목임에도 애널리스크가 보고서를 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매수 매도의견을 보기보다는 커버리지 시기, 목표주가 변동 흐름 등을 함께 보면 종목 투자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