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우리은행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 속도, 정진완 중소기업 일자리·기술 지킨다
전해리 기자 nmile@businesspost.co.kr2026-06-01 16: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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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기업승계를 통해) 완전 고용이나 여러 가지 혜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이런 게 생산적 금융이고 포용적 금융이라고 생각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에서 열린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이 ‘생산적’ 기업승계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낸다.
자녀 승계 중심의 가업승계 지원을 넘어 제3자 승계와 임직원 인수합병(M&A) 등 지원 범위를 넓혀 중소·중견기업의 일자리와 기술, 산업 기반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정 행장은 “기업 승계는 중소기업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으로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며 “약 3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체적 운용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인수합병 펀드 등을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합병 펀드는 가업을 이을 사람이 없는 중소기업을 제3자나 임직원이 원활하게 인수할 수 있도록 기업매수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 펀드를 말한다.
정 행장이 이처럼 기업승계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중소기업 고령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소멸기업 791곳 가운데 15.8%는 가업승계 실패와 대표이사(CEO)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폐업했다. 소멸기업 대표이사 연령은 50대가 25.4%, 60대가 18.7%, 70대 이상이 8.3%를 차지했다.
적기에 기업승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상 운영이 가능한 기업이 사라지고 이는 일자리 감소와 기술 단절, 공급망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정 행장이 기업승계를 생산적 금융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 행장은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제조기업 비중도 절반을 넘는다”며 “승계 문제가 정립되지 않거나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대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승계가 활성화되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더 나은 기업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향후 5년 동안 매해 100개 기업의 가업승계를 성공적으로 지원할 경우 약 1만 명의 고용 유지와 10조7천억 원 규모의 매출 기반 보전, 4699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동안 금융권의 기업승계 서비스는 상속·증여 중심의 친족 승계와 세제 혜택 안내에 집중돼 왔다.
반면 우리은행은 제3자 매각과 경영자매수(MBO), 종업원지주제도(EBO) 등 ‘시장형 승계’까지 지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경영자매수는 기업 경영진과 임원이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며, 종업원지주제도는 임직원이 집단적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형태를 말한다. 두 방식 모두 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주체가 경영권을 이어받는 만큼 승계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평가된다.
정 행장은 “기업 승계는 창업자가 가족에게 승계하는 방식부터 제3자 인수합병까지 양 끝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그 사이에도 다양한 형태의 승계 모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이 가업승계 관련 제도와 세제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은 가업승계부터 시장형 승계까지 기업 상황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영속성을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영기획그룹 산하에 ‘가업승계전담 ACT’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 2월 이를 ‘기업승계지원센터’로 격상했다.
현재 기업승계지원센터는 기업경영·재무컨설팅·인수합병 부문과 기업승계·세무컨설팅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 중이다. 승계 전략 수립부터 자금조달, 사후 경영 안정화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실행 중심 플랫폼 구축이 목표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승계지원센터는 출범 이후 5월10일까지 모두 554건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자녀 승계를 희망하는 비중이 52.7%로 가장 높았으나 승계 및 매각을 검토하는 기업도 33.4%에 달했다. 가업승계뿐 아니라 시장형 승계에 대한 수요도 적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 함병훈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은 이러한 다양한 승계 수요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4월13일 김앤장법률사무소, 삼일PwC와 ‘기업승계 비즈니스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4월21일에는 기술보증기금과 ‘기업승계 및 기술혁신 촉진을 위한 인수합병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은행이 13억 원을 특별 출연하고 기술보증기금이 이를 재원으로 삼아 총 438억 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공급하는 구조다.
협약 체결 이후 실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3건, 약 250억 원 규모의 승계 금융 지원이 진행됐다.
금융권에서는 정 행장이 기업승계 관련 제도와 시장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전에 선제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승계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사업이 아닌 만큼 시장 초기 단계에서 지원 체계와 성공 사례를 축적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기업승계 사업은 높은 수익성과 장기 고객 확보 효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기업승계는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를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표 영역으로 평가된다.
한 번 기업승계 업무를 맡게 되면 세무와 법무, 지배구조 개편, 자금조달, 후계자 자산관리 등으로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장기 거래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행장 역시 중장기적 관점의 관리를 강조했다.
정 행장은 “기업 승계를 지금 화두로 던지고 있지만 단순히 1~2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며 “한 기업도 최소 10년 이상의 관점에서 관리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제안을 통해 올바른 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