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 기업들의 설비 투자 결정에 안보 요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핵심 제조공정과 연구개발(R&D) 분야의 국내 잔류를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31일 발표한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과 우리나라 투자의 구조적 전환’ 보고서에서 “국내 투자 환경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면 ‘잔류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 ▲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과 우리나라 투자의 구조적 전환’ 보고서에서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한국은행은 분석 결과 “한국 경제에서 △설비투자의 경기 동조성 약화 △해외직접투자(FDI) 확대 △군비지출 증가라는 3가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관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변화를 끌어내는 원인으로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이 꼽혔다.
경제안보 패러다임은 경제적 수단이 안보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동시에 안보 논리가 기업·정부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기조를 말한다.
한국은행은 특히 한국 주력 산업인 반도체·자동차 제조업의 설비투자 변동 요인을 분석한 결과 두 산업 모두에서 투자 결정 구조가 ‘시장·경기’ 중심에서 ‘안보·글로벌’ 요인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업황 사이클이나 가동률 등 실물 변수가 설비투자 확대에 영향을 주던 것과 비교해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이 커졌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전체 설비투자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지정학적 리스크와 무역정책 불확실성 등 안보·글로벌 요인의 기여 비중이 2001~2019년 평균 29.6%에서 2020년 이후 43.9%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에도 경제안보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해외시장 개척 목적이 아니라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압박과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려는 안보 지향적 성격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국내 제조 생태계 약화 및 고용 조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반도체 등 전략산업과 관련해 핵심 제조공정을 국내에 유지하는 잔류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세계 주요국 수준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반도체 특별법 클러스터 지정 제도 등을 활용해 소재·부품·장비 협력 생태계의 국내 집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