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아픈손가락' 스캇 정상화 신호, 성래은 OEM 이은 연속 성과로 후계 경쟁 마침표 찍나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5-18 14: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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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랜 기간 공들인 프리미엄 자전거 사업부 스캇의 반등이 가시화하고 있다.
주력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문의 성장세에 스캇 회복까지 더해지면 성 부회장은 '본업 확장'과 '부진 사업 정상화'를 동시에 입증하며 오너 2세 경영인으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올해 스캇에 대한 성과가 본격 나타나며 후계구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성래은 부회장이 2026년 1월28일 영원무역 명동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신년 패션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 <한국패션협회>
성 부회장이 영원무역그룹의 후계 구도에서 여동생인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대표이사 사장을 앞서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영원무역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스캇 사업부의 흑자전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스캇은 1분기 영업손실은 23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적자 규모가 90%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7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8.1% 증가했다.
스캇은 최근 수년 동안 영원무역 실적에 부담을 줬다. 자전거 업황이 둔화한 데다 재고 할인판매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반기 스캇의 재고 할인판매가 상당 부분 마무리되고 신제품 판매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손실이 급감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재고자산을 매출로 나눈 스캇의 재고비율은 2.3으로 과거 평균보다 여전히 높지만 오래된 재고가 줄면서 할인판매 폭도 축소되고 있다”며 “2분기에는 재고 건전성 개선과 성수기 효과가 맞물려 10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고 지표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읽힌다.
영원무역의 올해 1분기 제상품 재고, 즉 판매를 위해 보유한 완제품 재고는 평가 전 금액 기준 984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8.3% 증가했다. 다만 이를 스캇의 재고 부담 확대로 곧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OEM 사업 호조에 따라 납품을 앞둔 의류 완제품 재고가 함께 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제상품 평가충당금이다. 평가충당금은 재고를 제값에 팔기 어렵다고 보고 미리 손실로 반영해 둔 금액이다. 영원무역의 제상품 평가충당금은 올해 1분기 82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제상품 충당금률도 10.28%에서 8.42%로 낮아졌다. 제상품 충당금률은 전체 완제품 재고 가운데 할인판매나 가치 하락 가능성을 반영한 비중을 뜻한다. 재고 총액은 늘었지만 제값을 받기 어려운 재고의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는 의미다.
스캇의 적자 축소와 함께 보면 이월 자전거 등 저가 처분이 불가피했던 재고가 상당 부분 정리되고 가격 방어력도 회복되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원무역은 패션업계 업황 둔화 속에서도 글로벌 브랜드 수주를 바탕으로 OEM 사업의 외형과 수익성을 꾸준히 키워왔다.
영원무역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OEM 부문에서 매출 1조1113억 원, 영업이익 1212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0.0%, 영업이익은 14.3% 늘었다. 지난해 연간 실적도 매출 5조1670억 원, 영업이익 5973억 원으로 2024년보다 각각 17.3%, 19.1% 증가했다.
본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한 만큼 남은 과제는 스캇이었다.
스캇은 단순한 비주력 자회사가 아니다. 성 부회장이 오랜 기간 직접 책임을 넓혀온 사업이다.
영원무역은 2013년 스캇 지분 20%를 처음 취득했다. 2015년에는 경영권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2대 주주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뒤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율을 97%까지 끌어올렸다.
스캇 정상화를 위한 자금 지원도 꾸준히 이어졌다.
스캇은 2024년 HSBC은행에서 약 1709억 원을 차입했다. 같은 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1768억 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영원무역은 이 과정에서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영원무역은 2024년 12월 약 901억 원 규모의 대출에도 다시 보증을 섰다. 스캇에 2419억 원을 직접 빌려주기도 했다. 2025년에는 3143억 원을 추가로 대여했다. 기존 은행 차입금에 대한 채무보증도 연장했다.
결국 스캇은 영원무역이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며 살려온 사업이다. 성 부회장에게는 지분 확대와 자금 지원의 결과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인 셈이다.
▲ 스캇이 영업손실을 크게 줄이며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스캇>
그런 점에서 올해 1분기 손실 급감은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성 부회장이 장기간 밀어붙인 스캇 정상화 전략이 처음으로 뚜렷한 숫자로 답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다만 성과를 확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스캇의 올해 1분기 재고자산은 지난해 1분기보다 원화 기준 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위스프랑 환율이 15.6%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실질 재고 부담은 일부 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스캇이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만큼 재고 정상화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관건은 분기 흑자전환이다. 스캇이 실제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 영원무역은 OEM과 스캇이라는 두 축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성 부회장도 핵심 사업 전반에서 성과를 낸 경영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
스캇의 회복은 단순한 사업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영원무역그룹의 후계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성래은 부회장은 유력한 승계 후보로 꼽히지만 지배구조상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1분기 기준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의 최대주주는 YMSA로 지분 29.39%를 보유하고 있다. 성기학 영원무역 대표이사 회장이 16.94%, 성 부회장이 0.03%를 들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YMSA는 성 부회장이 50.01%, 성 회장이 49.99%를 보유하고 있다.
성 부회장이 현재 2세 경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승계 구도가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성 회장이 보유한 영원무역홀딩스 지분과 YMSA 지분의 향방에 따라 지배 구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여동생인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대표이사 사장이다.
성 사장은 노스페이스를 단일 브랜드 연매출 1조 원 규모로 키우며 경영 성과를 입증했다. 지난해에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지분율에서 크게 뒤쳐지나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성 부회장이 OEM 부문의 성장세에 이어 스캇 정상화까지 현실화한다면 승계의 무게추는 한층 더 기울 수 있다. 성 사장이 브랜드 사업의 성공을 이끌었다면 성 부회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 성장과 부진 사업 회복을 함께 증명하게 되는 것이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유럽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자전거 산업 전반의 재고 조정으로 할인판매가 지속됐고 스캇도 재고 정상화를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신제품 출시로 시장을 선도하고 소비자 수요에 기반한 제품 개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세분화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