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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뒤에야 드러나는 아동학대, '늦은 발견' 고리 끊는 대응체계는 언제쯤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5-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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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5월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실효성을 둘러싼 점검이 다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들은 아동학대 감시망이 여전히 가정이라는 울타리 앞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사건의 공통 분모는 결국 ‘뒤늦은 발견’이었다.
 
사망 뒤에야 드러나는 아동학대, '늦은 발견' 고리 끊는 대응체계는 언제쯤
▲ 해든이 추모 및 아동학대 근절·법 개정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2026년 4월23일 전남 순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앞에서 생후 4개월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매년 30~50명 수준에서 줄지 않고 있다. 2020년 43명, 2021년 40명, 2022년 50명, 2023년 44명, 2024년 30명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아동학대 신고건 가운데 학대 판단을 받은 사례에서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84.1%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했다.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례들은 현행 위기아동 발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드러냈다. 

올해 3월 경기 시흥에서는 3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6년 동안 유기한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돼 소재 파악이 시작될 때까지 국가는 아이의 생사조차 알지 못했다. 해당 아동은 앞서 학대 의심 신고와 아동 대면 점검, 입학연기 등 여러 차례 위기 징후가 있었음에도 사망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여수의 이른바 ‘해든이 사건’ 역시 가정 내 학대 문제의 진상을 보여준다. 생후 4개월 영아를 상습 학대해 살해한 사건은 초기엔 사고사로 위장됐지만, 이후 확보된 수천 건의 홈캠 영상이 결정적 증거가 돼 뒤늦게 범행이 드러났다. 울산에서도 3월 초등학교 입학식에 불참한 아동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가족 사망 사건이 발견되는 등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극단적 형태의 학대도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영유아는 외부와 접촉이 적고 의사 표현이 어려워 학대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어렵다. 보호자가 은폐할 경우 심각한 학대 피해가 발견된 뒤에야 확인되는 ‘발견 지연’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22일 최근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 분석을 바탕으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조기 발견 체계의 고도화다. 정부는 이달부터 최근 1년 동안 의료 이용 이력이 없는 6세 이하 아동 약 5만8천 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의료·예방접종 기록이 없는 아동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던 아이들’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겠다는 취지다. 또 하반기부터는 초등학교 입학 연기 신청을 할 때 아동 동반을 의무화해 아이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도 강화한다. 

현장 점검의 내실화도 추진된다. 2세 이하 아동이나 학대 이력이 있는 가정을 점검할 때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가 동행하고, 점검 결과 보고에 사진 등 증빙 자료 첨부를 의무화해 형식적 방문을 차단한다. 
 
사망 뒤에야 드러나는 아동학대, '늦은 발견' 고리 끊는 대응체계는 언제쯤
▲ 세살 난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친모 A씨가 지난달 19일 경기 안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동일 아동’에게 2회 이상 신고가 있어야 했던 분리 보호 기준도 개선된다. 앞으로는 형제나 남매 등 ‘가정 내 아동 전체’에 대한 신고 합계가 2회 이상일 경우 분리 조치가 가능해져, 위험 징후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설되는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 분석 특별위원회’다. 사망 사건이 발생한 뒤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국가 시스템이 이를 놓쳤는지 정밀 분석해 제도의 빈틈을 보완하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입법예고 됐고, 8월4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한 숙제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2020년 292명에서 지난해 892명으로 늘었으나 1인당 평균 담당 사례 건수는 여전히 50건이 넘어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전수조사가 자칫 서류상의 점검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담 공무원의 근속 연수는 약 1년 3개월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져 전문성 확보를 위한 근무 환경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여기에 더해 위기 아동을 조기에 찾아내더라도 실제 분리 보호나 개입까지 이어지는 속도가 늦어질 경우 제도의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보육·교육기관 사이 정보 연계가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위기 징후를 놓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정책의 실효성은 제도 설계보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촘촘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비극 이후의 ‘뒷북’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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