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불장’이 전망된 올해 서울 도시정비 시장에서 경쟁입찰 대진이 일주일 뒤 대거 확정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이 반포, 압구정, 목동 등 핵심 사업지에 몰리면서 대형 건설사 사이 경쟁 수주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들어 이란 전쟁으로 건설 원가에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도시정비 수주전에는 건설사들이 공사비 조건을 놓고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 ‘불장’이 전망된 올해 서울 도시정비 시장의 첫 경쟁입찰 대진표가 일주일 뒤 대거 확정된다. 사진은 한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압구정과 반포, 목동 등 서울 핵심지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동시에 입찰을 마감한다.
10일 12시까지 압구정3구역이, 오후 2시까지는 목동 6단지와 압구정5구역이, 오후 3시까지는 신반포 19·25차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접수를 받는다.
현재 압구정3구역은 현대건설이, 목동 6단지는 DL이앤씨의 입찰이 유력하다. 압구정5구역에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신반포 19·25차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도전장을 냈다.
서울 핵심지 사업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시공사 선정을 본격화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쟁입찰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대형 건설사가 경쟁입찰에서 내건 조건은 그해 도시정비 시장에서 일종의 ‘표준’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해 초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에서 제시한 금융조건은 이후 다른 사업지에서도 기준점으로 활용됐다.
올해는 특히 공사비 흐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이미 가파르게 오른 공사 원가에 경쟁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비슷한 시기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낸 압구정 3~5구역을 살펴보면 3구역 3.3㎡당 공사비가 1120만 원(총 공사비 5조5610억 원), 4구역이 1250만 원(2조1154억 원), 5구역이 1240만 원(1조4960억 원)이다.
3곳의 3.3㎡당 공사비를 단순 평균해보면 1200만 원 선으로 지난해 9월 시공사를 선정한 2구역(총 공사비 2조7489억 원)의 3.3㎡당 공사비 1120만 원을 웃돌았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100만 원 가량 오른 셈이다.
이번에 반포·압구정과 함께 입찰을 마감하는 목동 6단지 재건축 사업의 3.3㎡당 공사비는 950만 원(총 공사비 1조2122억 원)으로 제시됐다.
6단지가 목동 재건축 첫 번째 사업지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시공사 선정 일정에 따라 목동에서도 3.3㎡당 공사비가 1천만 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 성수 전략정비구역은 강남 이외에서 3.3㎡ 공사비가 1천만 원을 넘긴 대표적 지역으로 꼽힌다. 성수 1지구 조합은 3.3㎡당 공사비는 1132만 원을, 4지구 조합은 1140만 원을 제시했다. 사진은 성수 1~4구역 위치도. <서울시>
공사비는 이전부터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분담금에 직접적 영향을 줘 시공권 경쟁에서 핵심 변수로 여겨졌다. 그만큼 ‘누가 더 싸게 짓느냐’는 시공사 선정에거 조합원의 선택에 중요한 조건이었다.
2022년 기준금리 급등기를 지나며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지면서는 금융조건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떠올랐다.
지난해 대형 건설사 수주전을 돌이켜봐도 낮은 공사비가 수주전 승리로 직결되지 않았다. 한남4구역이 대표적으로 시공권을 가져간 삼성물산의 3.3㎡당 공사비는 938만 원으로 현대건설이 제시한 3.3㎡당 공사비 881만 원을 50만 원 가량 웃돌았다.
도시정비 시장에서도 현대건설이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신규 수주 1위를 차지한 강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물산의 금융조건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올해 들어 건설사가 낮은 공사비로 조합원 민심을 공략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에 공사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미 높아진 공사비에도 불구하고 시공 기간 중 공사 원가의 추가적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흔히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낮거나 사업지 기반이 약한 건설사가 공사비로 판을 뒤집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또한 건설사들이 흔히 제안하는 조건인 착공 전까지 물가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조항 또한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도시정비 시장에서는 경쟁입찰에 따른 공사비 하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 시장은 서울 핵심지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사실상 올해와 내년 정도가 정점일 것”이라며 “이후에도 서울 외곽까지 재건축과 재개발 열기가 퍼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고 지금도 서울도 핵심지가 아니면 분양 성과가 저조하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