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일 DB손해보험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 DB금융센터.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DB손해보험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그동안 견고했던 DB그룹 오너일가 중심 지배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DB손해보험 추천 후보뿐 아니라 얼라인 추천 감사위원 후보도 선임되며 금융권에서 주주 제안이 실제 결과로 이어진 이례적 사례가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DB손해보험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DB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20일 DB손해보험 정기주주총회에서 DB손보 추천 이현승 후보, 얼라인 추천 민수아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각각 선임됐다.
이날 주주총회는 오전 9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참석 인원이 많아 출석주식수 집계가 지연되며 약 2시간 밀린 오전 11시10분쯤 시작됐다.
현장에는 얼라인과 회사 측 검사인 변호사가 각각 참석하며 통제가 엄격히 제한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감사위원 독립성 문제를 제기하며 기존 후보 반대 및 대안 후보를 추천했다. 또 주주환원 확대,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 수립 등도 함께 제안하며 개인주주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DB손해보험은 주주제안에 답변하고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으로 이에 대응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얼라인 주주제안 핵심이 DB그룹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있던 만큼 이번 결과가 단순한 감사위원 1명 선임을 넘어 DB손해보험 이사회 내에 ‘외부 견제 축’이 뚜렷하게 형성된 사건으로 해석한다.
| ▲ 얼라인파트너스는 DB손해보험이 오너가 지분이 높은 DB Inc.에 상표권 사용료, IT용역 내부거래 등으로 가치를 이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얼라인파트너스 2026년 DB손해보험 정기주주총회 안건 분석 자료. <얼라인파트너스> |
DB손해보험은 DB Inc.→DB손해보험→DB하이텍 등으로 이어지는 DB그룹 지배구조 핵심 축을 담당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은 DB손해보험 지분 약 25.96%를 보유하고 있다. DB Inc.는 오너일가 지분이 48%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로 돼 있다.
얼라인은 DB손해보험이 창출한 자금을 상표권 사용료와 IT용역 등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일가 지분이 높은 DB Inc.에 이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시 집계 기준 DB손보 포함 DB그룹 금융계열사는 2018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약 2203억 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DB Inc.에 지급했다. 같은 기간 IT용역 등 내부거래로 DB Inc.와 계열사 DB FIS에 지급한 금액은 약 6천억 원대다.
이는 DB손해보험에서 발생한 이익이 오너일가 지분이 높은 회사로 이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주주와의 이해상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021년 DB손해보험이 DB Inc.에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원회도 2024년 상표권 사용료 포함 DB그룹 부당 내부거래를 들여다봤지만 지금까지 구체적 제재가 이뤄진 적은 없다.
이러한 DB그룹 핵심 축인 DB손해보험에 외부 시각을 갖춘 전문가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며 더 예리한 감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 ▲ 20일 서울 강남 DB금융센터에서 DB손해보험 주주총회가 열렸다. < DB손해보험 > |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과가 향후 DB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추가적 문제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앞서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오너 지배력이 강한 회사인 만큼 주주제안 안건 통과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주주제안 감사위원이 선임되는 등 기존 예상보다 주주제안 안건이 무겁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또 정관상 명문화하지 않았을 뿐 DB손해보험은 이미 2월27일 주주제안에 따라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4년 3월 JB금융지주에서 주주제안 이사 선임에 성공한 뒤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얼라인 등이 DB손해보험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얼라인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들은 성장성을 강조하는 만큼 당분간 공격적으로 주주제안을 제시하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아직 감사위원 선임 수준인 만큼 영향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감사위원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 영향은 아직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사위원 선임으로 이전보다 강해진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갖게 된 셈”이라며 “견제 기능을 활용해 단계적으로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경영 활동에 영향력을 미치고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