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부 움직임을 조합하면 개편 논의가 이어져 온 기초연금과 관련해 내년 부부 감액 제도부터 손질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기초연연금을 두고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일 듯 한데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앞서 1월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70%로 정해 놓으니까 이백몇십만 원 소득 있는 사람도 월 34만 원을 받는다. 재정부담은 1년에 몇 조 원씩 늘어나는데 그렇게 하는 게 맞냐”며 기초연금의 ‘노인 소득 하위 70%’ 지급 기준 개편 필요성을 시사했다.
당시 발언이 지급 기준 자체를 손질할 가능성으로 해석됐다면 전날 언급은 기존 지급 구조는 유지한 채 일부 제도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편 속도를 조절하는 신호로 읽힌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개편 논의의 초점도 지급 대상 조정보다는 부부 감액 제도 개선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감지된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된다. 올해 노인 단독가구 기준 수급액은 전년보다 2.1% 오른 34만9700원이다.
다만 부부가 모두 수급 대상일 경우 각각 지급액의 20%가 감액되는 부부 감액 제도가 적용된다. 부부가 함께 살 때 생활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고려한 제도다. 하지만 노인 빈곤율이 높은 상황에서 이와 같은 감액 장치가 오히려 취약계층 부부의 경제적 자립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에 “기초연금 감액을 피하려고 위장이혼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감액 지급은 재정 부족 때문이니, 가급적 시정해야 한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부 감액 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부 감액 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보건복지부는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현재 20%인 감액률을 2027년까지 15%로 낮추고 2030년에는 10%까지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담은 업무 추진 현황을 보고했다. 이대로 시행되면 해당 노인부부는 내년에 기초연금 3만497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다만 부부 감액 완화에는 상당한 재정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부부 감액 비율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경우 2030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약 16조7천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증액분 하후상박’ 방식 역시 저소득층 노인에게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될 경우 재정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올해 단독가구 기준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247만 원으로 국민 전체 기준 중위소득(256만 원) 수준에 이르렀다. 또 노인계층 안에서 70%를 선정하다 보니 노인 인구 급증과 지급금액 상승으로 기초연금 지출 규모는 2014년 도입 당시 6조8천억 원에서 지난해 27조 원으로 4배로 불어났다.
▲ 기초연금 지급 기준은 2014년 제도 도입 뒤 10년 넘도록 단 한 번도 변경된 적이 없다. <연합뉴스>
이에 지급 기준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월 더불어민주당 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현행 기초연금의 문제점과 개편방안’ 토론회에서 “기초연금은 ‘하위 70%’라는 경직된 기준 대신 전체인구의 기준 중위소득과 연동한 최저소득 보장제도로 전환돼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가입기간 확대로 노후소득의 자생력을 높이고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사업간의 정교한 연계를 통해 재정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2월 펴낸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방향‘에서 수급 기준을 ‘중위소득 100%’로 변경한 뒤 2070년까지 단계적으로 중위소득 50%까지 낮추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현행 제도와 비교해 기초연금 지출액이 2040년 5조 원, 2050년 11조 원, 2070년에는 20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기초연금 지급 기준은 2014년 제도 도입 뒤 10년 넘도록 단 한 번도 변경된 적이 없다. 기초연금법이 70%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 데다, 노인 일부가 누려온 권리를 빼앗는 데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저항이 큰 지급 대상 조정보다는, 명분이 뚜렷한 ‘부부 감액 제도 개선’을 통해 개편의 물꼬를 트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원 압박 속에서도 공약 이행 의지를 보이면서, 동시에 ‘증액분 하후상박’이라는 실용적 카드로 재정 지속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부부 감액 제도의 완화는 이재명 정부 기초연금 개편의 연착륙 여부를 가늠할 첫 번째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 노인 빈곤 완화와 재정 지속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이번 개편의 핵심 과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