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사진)이 12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한미약품 이사회를 마치고 나가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연합이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대표이사 교체라는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주주들이 대표 교체로 의사를 모았다는 점에서 최근 불거진 대주주 연합 사이의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같은 날 대주주 사이에서 수백억 원대의 소송전과 관련한 첫 재판이 열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갈등 봉합이라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이번 인사가 완전한 화해가 아닌 ‘전략적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2일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31일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확정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결국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경영에 간섭한다고 주장하며 전면적으로 대립해 온 박 대표의 연임이 무산됨에 따라 한미약품 경영권 지형에 대대적 변화가 예고됐다.
박 대표의 빈자리에는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내정자가 주총을 거쳐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되면 한미약품은 1973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증권사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를 거쳐 종근당홀딩스 대표까지 역임한 황 내정자의 영입은 대주주들이 이해관계를 절충하며 한발씩 양보해 이뤄진 결과로 여겨진다.
특정 대주주의 복심이 아닌 시스템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4자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라데팡스파트너스)의 합의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사회 구성 역시 실무형 인재들로 대거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박재현·임종훈·박명희·최인영 4인의 사내이사와 윤도흠·김태윤·이영구·윤영각 4인의 사외이사, 신동국·김재교 2인의 기타비상무이사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5명으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박명희 한미약품 전무,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이사, 윤도흠 치의과대학교 의무부총장, 김태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등이다.
이들 대신 한미약품 이사회에는 채이배 전 국회의원과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 등이 합류한다.
기존 이사진 상당수를 교체하며 인적 쇄신 의지를 보인 것은 대주주 연합이 갈등 국면을 매듭짓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한미약품(사진)그룹 대주주연합 사이에 법정미약품(사진)그룹 대주주연합 사이에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미약품 본사인 한미타워 모습.
하지만 이러한 인적 쇄신 이면에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불씨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사회가 열린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라데팡스 측이 신동국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600억 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한 배를 탔다고 평가되는 4자연합이 원고와 피고로 쪼개져 거액의 법정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이사회 합의 번복’에 따른 주주간 계약 위반이다.
송 회장 측은 지난해 6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결의된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이 불과 며칠 만에 번복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사전에 합의된 입장을 뒤집었다고 주장한다. 이사회 안건에 대해 사전 협의하고 합의된 대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주간 계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송 회장 측은 소송과 더불어 신 회장의 자택 및 지분 일부에 대해 가압류까지 신청하며 신 회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송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주간 계약을 지켜달라는 취지로 위약벌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 자체가 (4자연합) 파괴로까지 갈지 안 갈지는 결국 피고 측에 달려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