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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선진국 기후책임' 명시 유엔 결의안 저지 실패, 배상 책임 현실화하나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3-06 13: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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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선진국 기후책임' 명시 유엔 결의안 저지 실패, 배상 책임 현실화하나
▲ 지난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세계 각국 정부는 기후대응을 성실히 이행할 책임이 있다는 권고적 의견을 내놨다. 사진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엔(UN)이 기후대응에 관한 각국 정부의 책임을 명시한 국제 법원의 권고적 의견을 결의안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이를 무산시키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들은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국제사회에서 선진국들의 기후 배상 책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5일(현지시각) 가디언은 태평양 도서국가 바누아투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기후변화에 관한 권고적 의견 이행을 위한 유엔 결의안 상정 절차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를 과도하게 배출해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타국에 중대한 피해를 입힌 국가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이 나온 직후 바누아투는 이를 유엔 결의안을 통해 명문화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달에 결의안 초안을 내놨고 이번달 초부터 회원국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말에 유엔총회를 열어 투표를 진행한다.

결의안이 유엔총회 승인을 얻으면 선진국들은 그동안 자발적으로 이행해온 개도국 기후재원 지원에 대해 법적 책임에 따라 이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기후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물게 되는 셈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이 결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유엔 회원국들에 서한을 보내고 바누아투 정부에 결의안 상정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공식성명을 통해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을 이행하기 위한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으나 미국 산업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과 세계 여러 나라들이 기후변화를 세계 최대의 위협으로 과장하면서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확고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누아투는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에도 결의안 내용을 세부 조정했을 뿐 절차 자체는 강행하기로 했다.

랄프 레겐바누 바누아투 기후부 장관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결의안 철회를 요구한 것은 실망스럽다"며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결의안이 완전히 좌초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단순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누아투가 결의안 상정 절차를 주도하고 있는 이유는 국제사법재판소에 권고적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알자지라, 유엔뉴스 등을 보면 콜롬비아, 필리핀, 케냐 등 개도국 대다수는 바누아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선진국 기후책임' 명시 유엔 결의안 저지 실패, 배상 책임 현실화하나
▲ 5일 중국 베이징에서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뿐 아니라 유럽연합, 중국 등 주요국들도 결의안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프랑크 호프마이스터 유럽 대외관계청 법률부장은 지난해 10월 공식성명을 통해 "우리는 국제사법재판소에 분쟁을 회부한 모든 국가들이 재판소의 판결과 명령을 준수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재판소에 대한 존중은 단순한 수사적 약속을 넘어 결과가 자신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관계없이 재판소의 결정을 무조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결의안과 별개로 그동안 여러 차례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이 입힌 기후피해에 금전적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바누아투의 결의안에도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가 처음 권고적 의견을 내놨을 당시 공식성명을 통해 "이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BDR)의 원칙'을 명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BDR이란 파리협정에 명시된 원칙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세계 각국은 공동의 책임을 지지만 과거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 바가 큰 선진국들은 더 큰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담은 원칙이다.

파리협정은 2015년에 세계 각국이 맺은 조약으로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제사법재판소가 내놓은 권고적 의견도 파리협정에 판단 근거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 2026~2030년 5개년 계획안 발표를 통해 파리협정을 향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공식성명을 통해 "우리는 기후대응이 공동의 책임인 동시에 차별화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지지한다"며 "우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햇다.

CBDR 원칙에 따르면 한국이 이번 바누아투 결의안으로 향후 추가 책임을 지게 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CBDR 원칙이 나왔을 당시 파리협정에서 한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됐는데 현재는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특수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달러(약 44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공여하고 있으며 '손실화 피해 기금' 이사회에 참여해 재원 조달을 지원하는 등 선진국들의 책임을 일정부분 나눠 지고 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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