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 압박 기조를 이어가면서 강남과 과천 등 주요 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는 모양새다. 매물도 늘어나 더뎌진 오름세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실수요자들이 강한 대출 규제에 매물을 소화하기 힘든 데다 시장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상황에서 호가를 낮춘 매물의 증가 여부가 시장 안정의 열쇠로 꼽힌다.
▲ 이재명 대통령이 잇달아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인 뒤 강남과 과천 등 주요 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대통령실>
20일 한국부동산원 집계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시 강남구 매매가격지수는 1주 전보다 0.01% 상승했다.
사실상 보합세를 보인 것으로 지난해 10월 둘째 주(0.0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올랐다.
강남구뿐 아니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전반적으로 더뎌졌다. 2월 셋째 주 서울시 매매가격지수는 1주 전보다 0.13% 올랐다. 55주 연속 상승했지만 오름세는 2주 연속으로 둔화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와 함께 부동산 상승 진원지로 꼽힌 경기 과천시 아파트값은 1주 전보다 0.03% 하락했다. 경기 과천시 주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가 1주 전과 비교해 낮아진 것은 2024년 5월 마지막주(0.07% 하락)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거듭 강조한 뒤 시장에서 관망심리가 짙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 X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은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며 “신규 다주택자 대상 대출규제 내용 보고와 기존 다주택자 대상 대출 연장 및 대환 현환 등에 대한 확실한 규제 방안 검토를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말부터 잇달아 내놓은 다주택자의 매물 내놓기를 겨냥한 압박 메시지의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3일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포문을 연 뒤 이후로도 꾸준히 개인 SNS를 통해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려는 정책 의지를 강조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1월말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다주택자 보유 물량이 풀리면서 실질적 공급 진작효과를 볼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5416개로 한 달 전(1월20일) 5만6138건보다 16.5% 증가했다.
학교 개학을 앞둔 이사철 등의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도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물렀던 2025년과 2024년 같은 기간(1월20일~2월20일) 매물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양상이다.
다만 매물 증가가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아직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도 무주택자 등 이른바 실수요자가 사들일 수 없다면 시장 안정으로 직결되기 어렵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 서울 아파트 매물이 최근 뚜렷히 늘고 있다. 계절적 요인이 있었지만 2024년이나 2025년과 비교했을 때 증가세가 가파른 것도 사실이다. 그래프의 y축은 관측 기간 내 최소값(약 5만 건)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아실 자료 갈무리>
특히 이재명정부는 지난해 6·27대책과 10·15대책 등을 통해 대출을 크게 조였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을 사려면 25억 원이 넘는 곳은 2억 원, 15억~25억 원 구간은 4억 원, 15억 원 이하는 6억 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석좌교수는 전날 CBS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이야기한 뒤 분명히 매물은 늘고 있다”며 “문제는 수요자가 살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하는데 대출 규제가 있어 자기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사람은 물건이 나와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바라봤다.
매수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월 셋째 주(16일) 기준 104.3으로 1월 마지막주(1월26일) 조사 이후 3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넘기면 수요 우위, 100에 못 미치면 공급 우위 시장을 뜻한다.
이 대통령의 다주택자 압박 이후에 매물은 늘고 있지만 매수심리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호가를 낮춘 매물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부동산 시장 분수령은 호가를 낮춘 매물이 얼마나 계속해서 시장에 나오느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매물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의미 있는 물량이 풀려 가격을 낮추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규제는 짧은 시간에 물량을 매도하게끔 유도하는 것인 만큼 전체 시장 가격을 끌어내릴 정도의 유의미한 물량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향후 실제 결과를 봐야 한다”며 “설 이후에는 이제까지처럼 정부 규제와 유동성 증가가 시장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