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앞줄 가운데)이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개최한 ‘설탕부담금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 토론회’에서 토론회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설탕은 화약보다도 위험하다.”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 세계 사망자 3600만 명 중에서 62만 명이 폭력, 80만 명이 자살, 150만 명이 당뇨병으로 사망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권 전 장관은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의 책 ‘호모 데우스’를 인용해 이런 사실을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설탕부담금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김 의원은 1월30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가당음료(설탕·시럽 등 첨가당 포함 음료)를 법에 정의하고 △가당음료 제조·가공업자 및 수입판매업자에게 첨가당 함량에 따라 리터당 225~300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며 △해당 부담금을 비만·만성질환 예방관리 및 지역·필수·공공의료사업 등에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설탕부담금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마약보다 강력한 달콤한 중독, 국민 80% 설탕세 도입에 찬성’이라는 이름의 기사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라고 물었다.
학계를 필두로 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국민들이 소비하는 당류 절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다. 특히 발제자인 박은철 연세대학교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는 다양한 수치와 외국 사례를 제시하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OECD의 건강 데이터를 인용하며 “한국의 설탕 일일 공급량은 140그램으로 권장량의 2.8~5.6배이며 매년 2.2그램씩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박 교수는 같은 자료를 인용해 “과제충과 비만율은 36.5%인데 매년 0.39%씩 증가하고 있다”며 “설탕 공급이 많은 국가가 비만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설탕부담금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료계 인사뿐 아니라 산업계 반발 가능성과 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등 여러 쟁점을 둘러싸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에 나섰다. 설탕부담금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까지 토론회에 참여해 논의가 다각도로 이뤄졌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먼저 반대 쪽 의견이 개진됐다.
이상욱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은 “설탕부담금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사실상 세금과 동일하다”라며 “설탕세는 소비자 가격 인상을 통해서 결국 소비를 억제하려는 정책 수단으로, 작동하는 방식과 효과 면에서 사실상 세금과 동일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사용 목적이 명확하더라도 국민은 세금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협회, 산업계, 식약처는 2016년부터 당류 저감 정책을 시행해왔다”라며 “이러한 노력으로 2020년 대비 2025년에는 저당 제품이 3배 넘게 성장하는 등 실제로 의미있는 변화가 시장에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한 “앞서 (설탕세를 도입한) 덴마크나 캐나다의 경우를 말씀해 주셨는데 부작용으로 인해 해당 국가들은 제도를 철회했다”며 “또한 설탕세라는 것이 선진국보다는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에서 세수 확보의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역시 “저희와 같은 소비자 단체에서는 사실 이게 세금의 성격으로 부담금을 매김으로써, 그리고 대부분 또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니까 가당 음료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후 찬성 측의 발언이 이어졌다.
정혜은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정부는 그동안의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이나 영양관리계획, 당류 저감 조치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괄목할 만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WHO에서도 당류 저감 정책이나 식생활, 환경 조성, 신체 활동 증진, 부담금 도입 등 관련 입체적인 패키지로 제공할 필요가 있고 특히 가당 음료 부담금 형태의 설탕세를 도입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설탕부담금이 소득이 낮은 계급에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역진성 문제 제기를 두고도 “저소득층의 경우에 당류 소비 절감과 건강 증진을 할 수 있다는 이중적 효과 그것을 통해서 건강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어디서 거둬서 어디에 쓸 것이냐 하는 제도 설계를 통해서도 이것을 저소득층이나 청소년 중심으로 설계하면 건강 지원에 활용함으로써 효과는 증폭이 될 것이고 역진성 문제는 해결이 될 것이다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설탕부담금 도입과 관련해 김선민 의원의 발의안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 등 두 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 의원의 법안은 설탕부담금 부과 구간을 간소화하하고 부담금 사용처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김 의원은 “저희가 발의한 법은 국민 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이어서 설탕‘세’는 아니고 설탕 ‘부담금’이다”라며 “또 당류 아니고 당류 ‘음료’라고 계속 강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범여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필·공(지역·필수·공공) 의료에 투자하려면 입법 차원의 추가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사무엘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설탕부담금으로 조성될 재원을 지·필·공 의료에 투자하자는 의견을 두고 “현재 국민건강증진법 제25조에 따라서 건강 증진 기금이 금연·정주 사업, 건강 검진 사업, 보건 교육 건강 증진, 영양 관리 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2002년 개정 때부터 생긴 규정인데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 법률 부칙 규정에 따라서 연간 법정 비율은 약 6%다”라며 “실제 기금 전입 비율을 보면 약 3% 정도 되는 기금 수입액이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되고 있고 해당 규정이 2027년 12월31일까지를 유효기간으로 하고 있다”고 짚었다.
임 조사관은 이어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지역 보건의료 전달 체계 개편이나 필수 의료 정상화를 위한 기금, 각종 사업 등에 추가로 새로 조성된 재원을 활용하려는 경우에는 이런 해당 근거들을 국민 건강증진법에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설탕부담금 도입은 제19대와 제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추진된 바 있는 만큼,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논쟁거리다. 그러나 당시에도 식품업계의 반대와 기업 측의 조세저항 등에 부딪혀 논의가 무산됐다.
문대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5월6일 ‘부담금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강병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12월17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각 분야의 갑론을박은 항상 있어왔던 만큼 결국 정책 추진의 동력은 국민 여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인용한 조사는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 12~19일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월17일 발표한 것으로, 응답자의 80.1%가 첨가당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은철 연세대학교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 임사무엘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이상욱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기용기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 정혜은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 이혜인 경향신문 기자 등이 참석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