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단행한 ‘빅 배스(Big bath)’가 성수4지구 재개발사업의 경쟁입찰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도시정비 시장이 8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내 벌어질 수주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단기적 부담을 감수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시선이 나오면서다.
| ▲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성수4지구 수주에 온힘을 쏟고 있다. |
9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84.4%로 집계됐다.
2024년 말 부채비율 192.1%와 비교하면 90%포인트 오른 것으로 최근 5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문제와 해외 사업장 원가율 상승에 따라 선제적으로 위험을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시화MTV 푸르지오 디오션과 대구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 고양 향동 지식산업센터 미분양 할인판매와 해외 싱가포르 도시철도 현장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을 모두 반영했다.
대규모 비용이 모두 실적에 반영되면서 대우건설을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8154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빅 배스’로 재무적 위험요인을 미리 처리하는 것은 비교적 흔해진 상황이지만 대우건설이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김 사장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성수4지구 재개발사업을 놓고 롯데건설과 경쟁입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성수4지구 재개발사업 입찰을 놓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모두 입찰 보증금을 납부해 경쟁 수주가 결정됐다.
대우건설로서는 부채비율 상승에 따른 재무지표 악화는 경쟁 수주전에서 자칫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수주 경쟁에서 조합원에 제시되는 금융 조건은 승부를 가를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졌고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은 자급조달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쟁 수주가 벌어지면 조합원들이 각 건설사가 내놓은 금융조건과 현실성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재무지표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성수4지구 재개발사업을 놓고 대우건설과 상대할 롯데건설은 재무지표 개선을 놓고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롯데건설은 최근 성수4지구 입찰을 앞두고 신종자본증권 7천억 원을 발행하는 등 자금조달을 통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214%에 이르렀던 부채비율을 170%대로 낮췄다.
롯데건설이 재무지표 개선에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대우건설과 비교하면 자기자본 대비 PF 부담이 무겁다는 점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 ▲ 김 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 1월22일 성수4지구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우건설> |
롯데건설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김 사장의 빅 배스 결단은 정 반대의 움직임이다.
김 사장은 당장 경쟁에서 일정 부분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중장기적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내실경영을 강조해 왔다. 또한 위험을 한 번에 모두 털어낸 이후 실적과 재무지표 반등이 가시화하면 앞으로 벌어질 수주 경쟁에서 오히려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주요 위험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영향이 있었지만 영업현금흐름 등 재무안정성은 유지되고 있다”며 “원가율이 낮은 대형 자체 사업 완판으로 향후 대규모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재무안정성과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도시정비 시장의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인 80조 원에 이르는 '불장'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김 사장으로서는 올해 내내 이어질 도시정비 시장 전체를 위한 포석이 중요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전체 신규 수주목표를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인 18조 원으로 높여 잡으며 앞으로 경영 성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 수주 목표를 놓고 "불확실성 해소 이후 실적 반등을 위한 공격적 사업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중흥그룹 인수 이후 처음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하는 등 취임 2년차를 맞아 대우건설의 재무체력부터 다지기에 다방면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김 사장으로서는 당장 성수4지구 재개발사업 수주 역시 놓칠 수 없는 사업 기회다.
성수4지구가 서울 한강변의 핵심지인 데다 공사비도 1조3628억 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직접 성수4지구 현장을 찾아 시공권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날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리차드 마이어가 설림한 아이어 아키텍츠와 협업을 통해 마련한 'THE SEONGSU 520'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성수4지구는 단순한 재개발사업이 아니라 앞으로 성수동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 있은 핵심 사업지"라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