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2026-02-09 13: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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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국제플라스틱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INC) 의장이 2024년 11월 부산 벡스코 미디어시티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협상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던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이 올해 재개되면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례를 깨고 협상 참여국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새 의장을 선출해 협상 과정에서 좀 더 큰 권한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9일 국제기관과 환경단체 발표 등을 종합하면 올해 하반기에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이 재개된다.
국제플라스틱협약은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를 통해 합의된 사항으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조약이다. 원래 2024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최종 협상 자리가 될 것으로 계획됐으나 참여국들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다.
앞서 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 유엔 유럽본부에서 협상 참여국들은 유엔환경계획(UNEP) 참관하에 훌리오 코르다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후변화 전문가 그룹(CCXG) 의장을 신임 INC 의장으로 선출했다.
코르다노 의장은 "플라스틱 오염은 모든 국가, 공동체, 개인에 영향을 미치는 전지구적 문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공동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치된 행동을 지원하고 우리를 하나로 모을 조약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이번 선출을 통해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데이비드 아줄레이 국제환경법센터(CIEL) 환경보전 프로그램 책임자는 "그의 리더십은 회원국들이 강력하고 효과적인 국제플라스틱협약을 향한 다음 단계 협상을 이끌어 나가고 새롭고 실질적인 협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데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지속가능개발연구소(IISD)도 "조약 체결을 위한 시도가 두 차례나 실패로 돌아간 뒤 신뢰를 재건하고 추진력을 회복하며 국가간의 깊은 분열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던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 훌리오 코르다노 경제협력개발기구 기후변화 전문가 그룹 의장. <경제협력개발기구>
이번에 협상 참여국들이 신임 의장을 선출한 이유는 원래 의장이었던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이 지난해 10월 돌연 사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사임 발표 당시 "지극히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문제 때문에 사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디언과 SDG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발디비에소 의장이 사임을 결정한 핵심 사유는 협상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외압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제네바에서 열린 정부간 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 당시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이 환경단체들을 통해 발디비에소 의장을 압박했던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 발디비에소 의장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 걸친 관리 체계' 등을 최종 합의문 초안에서 제외했는데 이는 안데르센 총장과 환경단체들이 절대 빼놓아선 안될 사항들이라고 보고 있었다.
최종 합의문 초안이 발표된 날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비판 성명을 쏟아냈고 발디비에소 의장은 하루만에 초안을 재개정해 다시 발표해야 했다.
가디언과 SDG뉴스 등은 이같은 행위는 안데르센 총장이 중립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의 역할은 공정한 주관자로서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사임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유엔환경계획은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며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은 어디까지나 회원국 주도의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발디비에소 의장이 최종 합의문을 약화시켰던 것은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로부터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시 산유국들은 논의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에서 빠질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발디비에소 의장 입장에서는 여러 주요국의 이탈을 막으려면 합의문을 개정하고 차차 합의점을 찾아가는 방법 밖에 없었던 셈이다.
▲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이 2024년 11월 한국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발디비에소 의장은 "첫 합의문을 채택하는 것은 항상 내 목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유엔환경계획은 이번에 새 의장이 선출됨에 따라 협상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다음 협상은 올해 하반기에 열릴 것으로 전망됐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슬프지만 내 사임을 통해 새로운 인물, 새로운 계획,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입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출된 코르다노 의장은 칠레 외교관 출신으로 2024년부터 지금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후변화 전문가 그룹(CCXG) 의장을 맡고 있다. 칠레 외교부에서는 환경·기후변화·해양국장, 주뉴질랜드 칠레 부대사, 주이탈리아 칠레 영사 등을 역임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직위도 겸임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적응위원회 회원으로 들어갔으며 2023년부터 2024년까지는 해양 및 기후대화 공동 의장을 맡기도 했다.
매년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도 실무진, 대표단 등으로 여러 차례 참여한 국제 협상 전문가다.
또 기존 관례대로 유엔환경계획의 전문가 지명 방식이 아니라 협상 참여국들의 투표를 통해 의장 지위에 오른 덕분에 발디비에소 의장보다 강한 협상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르다노 의장은 "본 위원회가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