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트럼프 정부가 대만 TSMC의 대규모 투자 확대를 이끌어낸 데 이어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로 타깃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급 부족이 결국 관세와 투자 압박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도 최대 10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국 내 생산 투자를 압박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에 전례 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이는 결국 미국의 자국 내 공급망 확보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IT전문지 WCCF테크는 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며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에 관세 압박이 더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반도체는 최근 심각한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업황 호조 구간에 진입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데이터서버에 고사양 메모리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실적과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자국 내 인공지능 산업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미국 정부가 메모리반도체 공장 유치를 서두르는 배경으로 작용하게 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은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을 하는 두 가지 선택지를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미국에서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해야만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셈이다.
WCCF테크는 “미국에게 TSMC 다음 타깃은 결국 D램 제조사들로 보인다”며 “미국 정부가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직접 겨냥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대만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며 TSMC와 같은 기업이 미국 내 공장의 생산 물량에 비례해 면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는 사실상 현재 논의되는 반도체 품목별 관세 정책에 가이드라인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결국 미국 고객사들에 공급하는 메모리반도체를 현지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투자를 서둘러야만 할 수도 있다.
|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홍보용 사진. |
마이크론은 현재 미국 뉴욕에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생산 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경쟁사들과 비교해 트럼프 정부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가격 경쟁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 만큼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없게 된다면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과 대결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반도체는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만큼 미국 관세 정책의 여파가 국가 경제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여러 산업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온 점을 고려한다면 무역 협상 등 외교적 수단으로 압박을 줄일 여지는 제한적일 공산이 크다.
더구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주요 수출국인 대만이 미국과 협상에서 대미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한 만큼 한국도 이를 뒤따라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성장을 이끈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호황이 결국 미국 정부의 공세를 자극하는 ‘새옹지마’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다만 미국이 실제로 이른 시일에 100%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빅테크를 비롯한 현지 고객사들이 이미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메모리반도체에 관세까지 매겨진다면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관세 부담 때문에 중국 등 다른 국가로 메모리반도체 수출을 늘린다면 이는 미국의 인공지능 산업 경쟁력에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 업계가 미국의 투자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는 다른 산업이나 외교, 국방 등 분야에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는 분명한 태도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최근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 시일에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새 관세를 발표할 수 있다”며 반도체 품목별 세율 논의를 곧 마무리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