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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배신자' 이혜훈 곧장 제명, 이재명의 '중도보수 확장'에 위기감 깊어지나

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 2025-12-29 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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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바로 제명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 보수 확장을 위한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의힘의 강한 반발 뒤에는 여권의 외연확장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힘 '배신자' 이혜훈 곧장 제명, 이재명의 '중도보수 확장'에 위기감 깊어지나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시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29일 오전 서울시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불필요한 지출은 과감히 줄이고 민생과 성장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해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장관직에 임할 포부를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확장 재정'에 사실상 공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인 28일 오후 '경제통'으로 국민의힘 진영의 대표적 합리적 중도보수 인사로 꼽히는 이 전 의원을 신설된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깜짝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미래통합당에서 3선(제 17, 18, 20대) 의원을 지냈다. 그는 국회에서 8년동안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정계 입문 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UCLA 경제학 박사를 졸업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같은 이 대통령의 인사에 제명이라는 강력 조치로 대응했다.

국민의힘은 같은날 청와대의 발표 직후 서면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해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을 남기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를 했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한 제명과 당직자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9일 논평을 내고 “이혜훈 전 의원, 살다살다 이런 배신자 코드의 탕평책 인사는 처음 봤다”며 “이혜훈 전 의원 발탁에 어떤 내막과 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만 속히 지명을 철회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돌볼 수 있는 진짜 전문가를 찾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낙인 찍으며 강하게 반발한 데는 그가 보수 진영에서 남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가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보수진영에서 경제 전문가로서 ‘온건하고 합리적인 중도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음에도 새 정부에서 자리를 지킨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 후보자를 비롯해 앞으로 중도보수 성향의 인물이 이재명 정부에 추가로 합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벌써부터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에 부산 출신의 국민의힘 의원이 지명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여의도에 돌고 있다. 

국민의힘은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보수 쪽 인재를 빼앗기는 데 그치지 않고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의 온건 보수 성향 인사까지 이재명 정부가 포용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의 이미지가 더욱 짙어질 수 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게 계획된 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행보라 보고 이런 인사가 고착되면 국민의힘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것이고 민주당은 갈수록 넓혀서 저 전략이 성공하면 경쟁적 양당제가 아닌 범중도 보수 거대 정당이 탄생하고 하나는 극우로 밀려나는 것”이라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를 즉각 제명한 것을 두고도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대통령은 보수진영 인사에게 ‘통합의 손길’을 내밀었는데 보수정당이 대통령의 손실을 뿌리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박원석 전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양쪽이 하는 행위를 국민적 눈높이에서 볼 때 국민들이 어떤 행위를 선호하겠나, 국민의힘 같이 저런 행위를 선호할까? 아니면 저렇게 진영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기회를 주고 과감한 발탁을 해서 국정에 필요한 일이라면 기용하겠다는 걸 더 바람직한 정치로 보겠나”라고 짚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다”라며 “보수진영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 왔고 이제 더는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 보수는 닫혀 가고 더불어민주당은 열려 가고 있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국힘 '배신자' 이혜훈 곧장 제명, 이재명의 '중도보수 확장'에 위기감 깊어지나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마친 뒤 발언대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중도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는 사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극우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24시간 신기록을 세우며 내한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을 벌였다. 그는 이날 반대토론에서 "실제 비상계엄은 사실상 2시간 만에 종료됐고 국회의 권한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도 초래되지 않았다"며 12·3 계엄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여권의 중도층 포섭을 위한 '국민 통합' 전략과 야당의 강성 지지층을 향한 '송곳 검증'이 맞붙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가 예산을 기획·편성·총괄·관리하는 요직에 국민의힘 출신 전직 의원인 이혜훈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출신과 이념을 넘어 오직 민생과 경제를 위해 적재적소의 인재를 기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탕평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민주당도 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보수의 변절은 유죄! 이혜훈 검증 착수"라고 말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후보자를 데려가서 무슨 (정책) 기조를 바꾸겠느냐. 보수 경제 전문가를 가지고 가서 보수 정책을 입안하겠느냐"며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염두에 두고 총알받이로 쓰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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