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리온 오너 3세 담서원 전무가 입사 4년5개월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그룹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전략경영본부장에 선임됐다. <오리온> |
[비즈니스포스트] 오리온 오너3세 담서원 전무가 입사 4년5개월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번 승진과 함께 그룹 전체 미래사업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았다.
오리온은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제과 이외 영역 사업 확대, 인수합병(M&A) 등 전방위적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해외사업을 바탕으로 최대 실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오리온은 그에 걸맞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담서원 부사장은 제과업체를 벗어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체화하며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고, 초고속 승진을 정당화할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현재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오리온에 오너경영체제가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담 전무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그룹 전체 미래 성장 동력과 그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 책임을 전적으로 짊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이날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글로벌 본부(헤드쿼터)인 한국 법인 내 전략경영본부를 신설하고 담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본부장에 선임했다. 전략경영본부는 산하에 신규사업팀과 해외사업팀, 경영지원팀, CSR팀을 두고 오리온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과 경영진단, 기업문화 개선을 담당하며 미래사업을 총괄한다.
1989년생인 담서원 부사장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오너2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장남이다.
앞서 오리온은 2022년 12월 담 부사장이 상무로 승진한 인사에서 경영지원팀 아래 기존에 없던 경영관리담당 임원을 신설해 자리를 맡겼다. 국내외 사업 전략 수립과 신사업 육성 등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로 전체 사업을 조망하고 기획 관리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담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지금까지 경영 전반에 걸친 실무 업무를 수행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면 부사장 승진 뒤로는 오리온의 미래사업 전체를 직접 이끌게 되는 셈이다.
오리온은 “담 부사장은 2021년 7월 오리온에 입사해 사업전략과 글로벌 사업 지원, 시스템 개선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실무를 수행하며 그룹의 성장에 기여해왔다”고 평가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매출 3조 원, 영업이익 5천억 원 이상을 각각 처음 달성한 데 이어 올해 들어 3분기까지도 최대 실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원재료 가격상승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해외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실적 성장을 이뤘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률은 16.2%로, 식품업계 꿈의 이익률이라고 불리는 15%를 넘었다. 해외 매출 비중은 68.8%에 이른다.
하지만 오리온은 실적에 걸맞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오리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99배로 동종업계 평균치(13.86)에 크게 못 미친다.
시장에서는 오리온이 해외사업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숙기에 접어든 제과업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장 동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오리온은 올해 6월 말 국내외 생산규모 확대 투자를 뼈대로 하는 첫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했다.
오리온은 올해부터 약 3년 동안 충북 진천과 러시아, 베트남 등에 83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
‘글로벌 종합 식품기업으로 도약’이라는 비전 아래 건강 지향 및 기능성 제품 개발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제과 외 식품으로 사업 영역 확대, 제과 및 식품분야 유망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 ▲ 오리온 국내외 생산투자 확대 계획. < 오리온 기업가치제고계획 IR자료 갈무리 > |
다만 2023년 12월 11만 원 수준이었던 오리온 주가는 현재 10만 원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레고켐바이오(현 리가켐바이오) 지분 27.73%를 인수하면서 오리온 주가는 한때 9만 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연구개발(R&D) 투자 부담이 큰 바이오 기업 인수로 오리온의 실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리가켐바이오는 표적 항암치료제인 항체약물결합체(ADC) 분야에 주력하는 신약개발 기업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오리온에 인수된 뒤에도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주가가 인수 이전보다 3배 가량 뛰었지만, 오리온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담 부사장은 지난해 3월 리가켐바이오가 오리온 계열사로 편입된 뒤 곧바로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 주요 경영 의사 결정에 참여해왔다. 매주 대전 본사에서 열리는 임원 회의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담 부사장은 앞으로 리가켐바이오의 실적 성과를 가시화하는 동시에, 전략경영본부장으로서 오리온과 리가켐바이오의 시너지를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최근 수협중앙회와 지분 50%씩을 투자해 합작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했다. 오리온수협은 담 부사장이 승진 뒤 오리온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수협은 전략경영본부 산하 신규사업팀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오리온수협은 첫 사업으로 마른김을 활용한 김 제품 생산을 시작하고, 앞으로 수산물을 활용한 스낵류 등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연내 착공을 목표로 국내외 조미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 부사장이 전략경영본부장을 맡으면서 오리온의 오너경영체제가 다시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2013년 11월 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함께 오리온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현재 전문경영인인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그룹 전체 전반적 운영과 신사업 육성을, 이승준 오리온 대표이사 사장이 식품사업을 이끌고 있다. 담 부사장은 신사업 전반을 이끌며 그룹내 존재감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담 부사장은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뒤 중국 베이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2020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21년 7월 경영관리파트 수석부장으로 오리온에 합류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