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버 제조사들이 메모리반도체 원가 상승에 맞춰 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부담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델의 서버 제품 홍보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서버 및 PC 제조사들이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 주요 부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원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에 투자 부담이 한층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IT전문지 더레지스터는 5일 공급망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델과 레노버, HP 등 주요 제조사들이 PC 가격을 약 5%, 서버 가격을 약 15% 인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더레지스터에 “고객사들에 안정적 공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가격 조정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하며 사실상 계획을 인정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델은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폭이 예년보다 훨씬 크고 사태가 이른 시일에 해소될 조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레노버도 “업계 전반에 걸쳐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전례 없이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통상적인 수준을 훨씬 웃돌아 어느 업체도 자체적으로 상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단가 인상폭이 제조사들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만큼 고객사들에 상승분을 전가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시장 조사기관 IDC는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부품 가격의 변동성에 익숙하다”며 “하지만 이번 메모리반도체 시장 상황 악화는 이례적 규모”라고 밝혔다.
이는 자연히 서버 제품의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에 자금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업체들은 향후 수 년에 걸쳐 연간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일 계획을 두고 있었다.
데이터서버 원가 상승은 자연히 이들에 추가 비용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일부 빅테크 업체가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늦추며 인공지능 버블 붕괴를 이끌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시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현재 미국과 전 세계 경제 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거시경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