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합성니코틴도 담배로 인정받게 돼 과세·경고문 부착·판매 제한 등 규제를 받게된다. 앞서 합성니코틴은 담배로 인정되지 않아 이러한 규제로부터 자유로웠다.
▲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사진은 시중에 판매 중인 1회용 전자담배 시연 모습. <연합뉴스>
30일 정치권 안팎의 흐름을 종합하면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합성니코틴은 니코틴을 담뱃잎에서 추출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을 말한다. 현재 담배로 규정돼 있지 않아 과세를 비롯해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번 달 12일 법사위에서 한 차례 계류된 후 이번이 두 번째 상정이었다.
해당 개정안은 합성니코틴을 담배의 정의에 포함시켜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으나 특정 조항이 규제 회피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문제를 제기하며 일부 수정을 위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합성니코틴뿐 아니라 유사니코틴에 대한 규제와 유해성 검증이 필요하고, 사재기나 매점매석 방지를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김 의원은 1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 시행 후 제조 시점을 과세 기준 시점으로 삼으면 시행 전에 100년치를 만들어 둘 수도 있다"며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니코틴 포함 여부만으로 담배를 정의하면 유사니코틴이나 마약 혼합 액상은 규제가 어렵다"며 규정 정비와 적용 시점 변경을 요구했다.
특히 '사재기 논란'이 화제가 됐다. 논란의 초점은 개정안의 부칙 제2조(적용례)에 맞춰졌다.
이는 국내 전자담배 업체들의 재고 정리 기간 확보 요청에 따라 법안 시행 후에도 이미 수입 및 제조된 제품에 대해서는 담배사업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사재기 논란'이 화제가 됐다. 사진은 액상형 전자담배. <연합뉴스>
이 조항으로 인해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유예기간 내 확보된 물량은 시행 후에도 담뱃세 납부, 담배 경고문 부착, 온라인 및 자판기 판매 금지 등 핵심 규제를 받지 않아 법 개정 취지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에 수십 년 치 소비가 가능한 1458톤 규모의 니코틴 용액이 반입된 점을 지적하며 부칙 제2조가 사실상 '사재기 합법화 통로'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국회 안팎에서는 "부칙 수정을 통한 보완 없이는 법 개정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재기 논란'에 현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유통기한으로 인해 사재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액상은 공기 노출 시 빠르게 품질이 저하돼 1년만 지나도 상품성이 없어진다"며 "업자들이 장기 보관을 전제로 대량 매입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지난 19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전자담배 액상은 아무리 많이 생산됐다 해도 빛, 온도, 산소와의 결합 등 계속해서 분자들 간의 활성도 상승 및 산화됨으로 1년 정도의 시점부터 향이 변질되는 등 상품가치가 대폭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해당 문제들과 관련해 대책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 지도를 통해 매점매석이나 사재기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법 시행 이전에 반입된 합성니코틴의 위해성 문제는 지자체나 유관기관 등과 협력을 통해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법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청소년 보호와 업자들의 탈세 방지를 위해 합성니코틴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데다 정부 역시 법안 시행으로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합성니코틴은 전자담배 용액으로 흔히 사용되지만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온라인이나 자판기를 통한 판매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청소년 흡연 입문의 경로로 지적되자 시민단체들과 일부 전자담배 업계마저 합성니코틴 규제를 촉구해 왔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규제 공백 속에서 이미 청소년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고 학교·가정·지역사회 모두가 이를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법안이 아니라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도 먼저 마련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