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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스타트업] 메디웨일 최태근 "망막 한 장으로 심혈관 예측, 미국 FDA 드노보 문 두드린다"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5-11-28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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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스타트업] 메디웨일 최태근 "망막 한 장으로 심혈관 예측, 미국 FDA 드노보 문 두드린다"
▲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이사가 19일 서울시 압구정에 있는 메디웨일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는 뒤늦게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거의 없던 질환이 어느 날 갑자기 삶을 뒤흔드는 경험이 됐다.

진단을 내린 의사는 최태근 대표를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끈 사람이다. 그 의사가 훗날 메디웨일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다. “내 눈을 살펴준 그 경험이 지금의 기술을 만들었다”는 말처럼, 창업의 시작점에는 철저히 개인적인 두려움과 깨달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의사, 개발자, 그리고 환자였던 본인의 관점까지. 서로 다른 경험이 합쳐지면서 ‘망막으로 심혈관 위험을 예측하는 의료기술’이라는 낯선 목표는 현실적인 타깃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나의 병이 한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이 다시 의료기술의 방향을 바꾸는 과정이었다.

메디웨일이 개발하는 기술은 기존의 ‘진단 보조 AI’와는 결이 다르다. 유방촬영이나 CT 영상에서 병변을 찾아내는 AI가 이미 시장에서 정착해 있는 것과 달리, 메디웨일은 전혀 새로운 의료 행위 자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과 진료실에서 당뇨·고혈압 환자의 망막을 촬영해 향후 5~10년 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예측한다는 개념은 처음 도입되는 방식이었다. 눈 속 미세혈관의 변화를 바탕으로 향후 위험을 층화하는 접근은 의사와 환자에게 모두 낯설고 조심스러운 시도일 수밖에 없었다.

메디웨일은 세상에 없던 기술을 만들어낸 만큼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5년에는 세계 디지털헬스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디지털 헬스 어워즈에서 ‘AI 기반 환자관리 부문 라이징 스타’로 선정됐고, 국내 대표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인 넥스트라이즈 어워즈에서는 ‘올해의 혁신 기업’으로 뽑혔다.

2024년에는 의료영상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는 국제학회 MICCAI 당뇨 합병증 챌린지에서 두 개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의료진의 높은 기준과 까다로운 검증을 버텨낸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회사 내부에서도 의미가 크다. 같은 해 국가 단위 혁신상을 다루는 스마트대한민국대상에서 창업진흥원장상을 받은 것도 기술과 사업성 모두를 증명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이보다 앞선 2023년에는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인 CES에서 심혈관 위험 예측 기술 ‘닥터눈 CVD’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의료 AI 기술이 전자•테크 전시회에서 ‘혁신 기술’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초격차 스타트업] 메디웨일 최태근 "망막 한 장으로 심혈관 예측, 미국 FDA 드노보 문 두드린다"
▲ 닥터눈CVD로 망막을 촬영하고 분석하는 모습. <메디웨일>
하지만 한국 의료 환경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의료 접근성이 좋고 환자 기대 수준이 높은 만큼, 새로운 기술을 검증받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오히려 이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국 의료진의 촘촘한 기준과 꼼꼼한 검증이 기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한국은 데이터가 잘 모여 있고, 과거 망막 촬영 기록과 심장 CT나 혈액 검사 등이 잘 매칭된 자료가 많다”며 “이러한 환경 덕분에 AI 모델의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술을 다듬는 데 어려웠던 시간들이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설명할 수 있는 강점으로 변했다.

해외에서는 이 기술의 필요성이 더 절실했다. 미국 1차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장비 부족으로 기본 검진조차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당뇨 환자의 망막 검사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 속에서 미국 내과 진료실 내 망막 카메라 도입과 AI 자동 판독 서비스는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환자가 병원을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는 간편함이 시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분야는 미국에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미 협업 논의 중인 원격판독 파트너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메디웨일은 지금 미국 식품의약국(FDA) ‘드노보(de novo)’ 인허가 제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 의료기기와 달리 비교 대상조차 없기 때문에 임상 근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는 FDA와 여러 차례 사전 미팅을 거치며 임상 설계 하나하나를 조율해왔다. “임상 근거 부족으로 탈락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준비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과정에서의 부담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지점은 의료진 설득이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적 특성상 의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보수적이다. 단순히 기술이 좋다는 설명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었다.

그래서 그는 실제 진료실에서 어떻게 작동할 지부터, 어떤 환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지까지 세세하게 검증했다. 그렇게 쌓인 근거들이 결국 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는 “이런 노력들이 축적되면서 결국 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기술과 규제가 함께 변하는 시점에서 AI가 의료진의 경쟁자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의료기술의 한 요소로 자리 잡는 흐름을 보고 있다. 예측과 위험 식별이 중요해지는 의료 환경에서는 AI가 ‘보조’가 아니라 ‘구조’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AI라는 말보다, 더 나은 의료 행위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때 시력을 잃을까 두려워했던 환자가 지금은 AI 의료기술로 미국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된 기술이 이제는 더 넓은 무대에서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창업자의 감정과 의료기술의 혁신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지점, 그 교차점에 메디웨일의 도전이 서 있다. 장은파 기자
[초격차 스타트업] 메디웨일 최태근 "망막 한 장으로 심혈관 예측, 미국 FDA 드노보 문 두드린다"
▲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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