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11-26 16: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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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쇼핑이 전 사업부의 수장을 교체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 대표이사 부사장, 차우철 롯데쇼핑 마트 사업부 대표이사 사장 겸 슈퍼 사업부 대표이사, 추대식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대표 전무.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쇼핑이 10년 만에 전 사업부 수장을 교체하며 ‘내부 전문가’ 중심의 새 리더십 체제에 돌입했다. 백화점, 마트, e커머스 등 주요 부문 대표를 전면 교체한 이번 정기 임원인사는 조직 쇄신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정현석, 차우철, 추대식 등 신임 대표들은 모두 현장과 전략을 겸비한 롯데그룹 출신 내부 인사들이다. 그룹 유통 전반의 변화를 이끌 핵심 라인업인 만큼 새 수장들에게 ‘롯데다운 혁신’이라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고 평가된다.
26일 롯데쇼핑은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며 전 사업부 대표이사를 전면 교체했다. 백화점, 마트, e커머스 등 주요 부문에 새로운 수장을 앉히며 조직 재정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백화점 사업부에서는 정준호 전 롯데백화점 대표이사가 용퇴하고, 정현석 롯데백화점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후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현석 신임 대표는 1975년생으로 2000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영업전략팀장, 중동점장 등 현장과 본사를 두루 거쳤다. 2020년부터는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며 브랜드 리브랜딩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정 신임 대표는 내부 사정을 꿰뚫는 ‘롯데맨’이자 외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리빌딩한 실무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롯데그룹은 정 대표가 점포 리뉴얼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빠르게 추진하며 변화에 둔감했던 롯데백화점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대대적 투자나 점포 혁신에서는 경쟁사에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세계백화점이 본점을 중심으로 ‘타운화 전략’을 펼치고 현대백화점이 ‘더현대서울’과 ‘더현대대구’ 등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는 사이, 롯데백화점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
정준호 전 대표는 올해 상반기 백화점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다만 과감한 투자보다는 비용 효율화에 집중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중장기 투자 전략의 실행력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높다.
롯데백화점은 과거 8대 핵심 점포를 순차적으로 재단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추진 속도가 더디다. 특히 서울 강남권 핵심 매장인 잠실점과 강남점의 리뉴얼은 사실상 멈춰 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연매출 3조 원을 조기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매출 1위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2025년 상반기 기준 롯데백화점의 주요 점포인 잠실점과 본점은 각각 매출 1조5925억 원, 1조334억 원을 기록해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1조6947억 원)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여기에 비인기 점포의 매각 검토, 리뉴얼 지연 등으로 인해 성장 모멘텀에서도 다소 뒤처진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 신임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할인점 사업부와 슈퍼 사업부에는 차우철 전 롯데GRS 대표가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차우철 신임 대표는 1992년 롯데제과에 입사한 뒤 롯데정책본부 개선실과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 등을 거쳤다. 2021년부터는 롯데GRS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롯데GRS를 이끌며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신사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인사로 차 신임 대표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통합 조직을 총괄하며 e그로서리(온라인 식료품 유통) 사업의 안정화와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확장 전략을 주도하게 된다.
▲ 롯데쇼핑이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 사업부의 대표를 교체했다.
실제 롯데쇼핑은 국내 내수시장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 현지 운영법인을 설립하고 복합단지 및 쇼핑몰 개발 중심의 글로벌 전략을 예고했다. 웨스트레이크몰의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자체 브랜드(PB) 상품 수출도 미국, 싱가포르, 동남아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사업 부문에서는 효율성 제고를 과제로 안고 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상품 경쟁력 강화와 구매 원가 절감, 신선식품 품질 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동시에 마트 전용 e그로서리 앱 ‘제타’를 앞세워 온라인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26년 부산에 문을 열 예정인 CFC(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1호점도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 신임 대표는 온·오프라인 사업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통해 롯데 유통사업의 새 성장 축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맡게 됐다. 국내에서는 수익성 중심의 효율 경영, 해외에서는 쇼핑 플랫폼 구축과 브랜드 수출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풀어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e커머스 사업부는 추대식 전 롯데e커머스 기획관리부문장이 전무로 승진하며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추 신임 대표는 온·오프라인 유통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그간 e커머스 사업부의 구조조정과 턴어라운드 전략을 주도해왔다. 내부에서 발탁된 만큼 디지털 사업의 정상화와 고객·사업자 기반 강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롯데쇼핑 내에서도 e커머스 사업부는 가장 빠른 수익성 개선이 요구되는 사업부다.
롯데e커머스 사업부는 2019년 출범한 이후 5년 넘게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연간 영업손실은 2019년 560억 원, 2020년 948억 원, 2021년 1558억 원, 2022년 1559억 원, 2023년 856억 원, 2024년 685억 원에 이어, 2025년 상반기에도 170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e커머스 사업부는 경쟁사들이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동안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고전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넓혔고, SSG닷컴은 온오프라인 연계 전략으로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G마켓도 최근 알리바바와의 협력으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며 판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e커머스 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단순한 비용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경쟁력과 그룹 내 시너지 부족 등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 전반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명확한 차별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대식 신임 대표는 e커머스 사업부 정상화라는 중책을 떠안게 됐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과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플랫폼 경쟁력 확보와 그룹 내 디지털 시너지 강화라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비상경영 상황 속 반등을 만들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 개편과 핵심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인적 쇄신에 중점을 뒀다”며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성과 기반 수시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