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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의 '사회적 책임 경영'과 SK텔레콤의 '해킹 신뢰 회복'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5-11-26 10: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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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엇박자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SK텔레콤은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에게 30만 원씩 배상하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조정위) 조정안을 거부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의 '사회적 책임 경영'과 SK텔레콤의 '해킹 신뢰 회복'
▲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 가입자 한명당 30만 원씩 보상하라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고객 신뢰 회복 방안'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 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회사가 취한 선제적 보상 및 재발 방지 조치가 조정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고객 신뢰 회복과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분쟁조정위는 지난 4일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3998명에게 30만 원씩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손해배상액 산정에는 유출 정보 악용에 따른 휴대전화 복제 우려, 유심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불편 등 정신적 손해가 반영됐다.

SK텔레콤 통신망과 서버(컴퓨터)가 뚫려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난 뒤, 이 업체 가입자들은 휴대전화 복제 등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에 떨었고, 대거 이탈하기까지 했다. SK텔레콤이 유심 교체 등 사후 대책을 내놨지만, 회사 측 준비 부족으로 가입자들이 오픈런을 하고, 대리점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등 불편을 겪었다.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거부하며 조정은 물건너갔다. 신청인들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거쳐야 한다.

이번 조정 신청에는 SK텔레콤 가입자(해킹 사태 이후 이탈자 포함)는 3998명(집단분쟁 신청 3건 3267명, 개인 신청 731명)이 참여했다. 이번 조정안을 전체 피해 추정 가입자 2300여만 명에 적용하면, 총 손해배상액은 7조원에 육박한다.

조정위 분쟁 조정은 권고 사항이다. 한 쪽이 수용을 거부하면 자동으로 폐지된다. 또 수용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의 분쟁 조정 신청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는 통신망과 서버(컴퓨터)를 엉망으로 관리하다가 뚫려 가입자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진정한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을 촉구하는 성격이 짙다.

SK텔레콤이 지난 4월 불거진 통신망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질 마음이 있었다면, 분쟁조정위 조정안을 수용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거부했다. 그러면서 '고객 신뢰 회복'과 '추가 피해 예방 노력'을 내세웠다. 가입자 측에서는 공허하고, 의심스럽기까지 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또 선제적 보상 및 재발 방지 조치가 조정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댔다. 적반하장 격이고, 자기 중심적이다.

앞서 SK텔레콤은 '고객 신뢰 회복 방안'으로 8월치 요금을 50% 감면하고, 가입자들에게 연말까지 다달이 데이터를 50기가바이트(GB)씩 추가 제공하며,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하고,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발생 이후 7월15일까지 이탈한 중도 해지자의 위약금을 면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이 'SK텔레콤이 통신망 보안 관리를 엉망으로 해오다 뚫렸다'는 내용의 해킹 사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였다. 

SK텔레콤은 8월치 요금 50% 감면, 데이터 추가 제공, 멤버심 강화 등으로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5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고 생색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월 5만 원대 이상) 가입자들은 데이터를 추가로 줘도 쓸모가 없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동통신 가입자 중 멤버십을 이용하는 비중은 열 명 가운데 세 명 꼴에 지나지 않는다. 중도 해지자 위약금 면제도 발표일 기준 '열흘 뒤까지'로 못박아 혜택을 제한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의 '사회적 책임 경영'과 SK텔레콤의 '해킹 신뢰 회복'
▲ 지난 7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고객 신뢰 회복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영상 전 SK텔레콤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중도 해지자 위약금 면제에 따른 손실이 수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가 '뻥튀기'란 질책을 받기도 했다.

SK텔레콤은 또 10년 동안 7천억원을 투자해 통신망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해마다 쓰고 있는 보안 투자를 합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는 SK텔레콤의 이런 생색을 받아들여 과징금을 큰 폭으로 감면해줬다. 애초 과징금이 3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감면액은 실제로는 1347억 원에 그쳤다.

SK텔레콤은 조정위 조정안 거부로 재발 방지 노력 약속의 진정성도 의심받게 됐다.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도 안지는 사업자한테 무슨 재발 방지 노력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조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정부와 가입자 쪽에선, 조정위 조정안 수용 여부가 SK텔레콤이 앞세운 '고객 신뢰 회복 방안'의 진정성을 갸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선제적 조처를 반영해주지 않았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SK텔레콤의 주장을 두고는 '갑질' 내지 '몽니'란 지적도 나온다.

조정위는 학계, 법조계, 정부, 업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도출된 조정안은 각계의 상식적인 의견이 모였다고 봐야 한다. 이동통신 가입자와 시민단체 쪽에선 오히려 30만 원씩 보상하도록 한 조정안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SK텔레콤은 '발표 뒤 열흘 후까지'로 정해진 중도 해지자 위약금 면제 기간을 올해 연말까지로 연장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도 거부했다.

SK텔레콤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 패해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도 접수돼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의 이런 행태는 '사회적 가치 존중'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과 최종현 선대 회장의 경영 유지와도 어긋난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SK의 '사회적 책임 경영'과 SK텔레콤의 '해킹 신뢰 회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1월21일 일본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서 개최된 '도쿄포럼 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SK >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은 지난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5'에서 "기존 자본주의는 재무적 측면만 집중하고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는 보상이나 인센티브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 회장 발언 내용을 전하며 "사회적 가치란 단순히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도쿄포럼은 최종현 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급격한 기술 발전과 지정학적 불안정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부터 매년 공동 개최해온 국제 포럼이다. 올해는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다:다양성, 모순, 그리고 미래 (Rethinking Capitalism: Varieties, Contradictions, and Futures)'를 주제로 열렸다.

최 회장은 포럼에서 "이제 기업의 핵심성과지표(KPI)는 재무적 가치 창출에 머물지 않는다. 최소한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을 넘어, 매년 이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것이 목표가 됐다"며 SK그룹 계열사들의 사회적 가치 측정 사례도 소개했다.

최 회장은 이를 '새로운 자본주의'라고 부르며, 자본주의가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게 되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훨씬 더 나은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들은 그동안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을 두고, 선대 회장 경영 유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설명해왔다.

SK텔레콤의 잇단 분쟁 조정 거부 행태는 '사상 최악' 해킹 및 가입자 개인정보 대량 유출이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놓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최 회장의 도쿄포럼 발언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SK텔레콤은 해킹 공격을 받아 일어난 사태이니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일단 조정안을 받아들여 가입자들의 피해를 보상하며 신뢰를 회복한 뒤, 해커를 잡아 구상권을 행사해 벌충하는 길을 가야 했다.

최 회장은 계열사 돈을 빼돌린 죄로 구속됐다가 2015년 풀려날 때부터 ESG 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 사회적 가치 경영을 강조해왔다. 상의 회장으로 재계를 대표해 한 발언 중 상당부분도 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법원이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산분할 소송 건에 대해 파기환송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최 회장의 그동안 발언이 다시 소환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불법 자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법리를 바탕으로 최 회장 부부의 재산 분할 2심 판결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최 회장의 재산 불리기에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으니, 파기 환송심으로 재산 분할을 안해도 되는 몫만큼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회장의 언행일치 차원에서도 법을 통한 노태우 비자금 회수 조치와 상관없이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X파일' 사건 수습책으로 사재 8천여억 원을 내놓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불법 행위에 대한 반성과 책임 차원에서 사재 8500여억 원을 출연금 형태로 기부한 바 있다.

SK텔레콤의 잇단 분쟁 조정안 거부 역시 이런 기류와 묶이며 최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은 조정위 조정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하기 전, 이게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기는 했을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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