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11-13 16: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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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MBK·영풍 연합의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지난달 말 고려아연 지분 0.09%를 206억 원에 추가 장내 매수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다시 ‘쩐의 전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연합 측이 확보한 지분 0.09%가 숫자 자체는 작지만, 상반기 말 기준 소액주주 보유 지분이 17.31%임을 견줘보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기관투자자 지지가 간절한 최윤범 회장에게 적잖은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 MBK·영풍 연합의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쩐의 전쟁'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자사주 소각, 결산배당 확대 조기 발표 등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는 한편 희토류 등 전략광물의 탈중국 흐름에 올라타며 본업 경영성과로 기관투자자·소액주주 표심을 잡아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측 표 대결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13일 관련 업계 취재 종합하면 MBK·영풍 연합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고려아연 공시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의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지난 10월22~29일간 고려아연 지식 장내 매수 결과 지분율은 39.70%로 늘어났다.
‘홈플러스 사태’,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MBK파트너스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며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정서적 비호감을 사고 있는 가운데 MBK 연합 측이 내년 3월 열릴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 앞서 자본력을 앞세워 경영권을 확실히 차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MBK파트너스 측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분 추가 매입 배경을 묻는 질문에 "별 다른 의미는 없다"며, 추가 지분 매입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최 회장은 MBK 연합 측에 지분율에서 뒤지고 있지만, 소액주주·기관투자자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집중투표제 △이사회 정원 19인 제한 등의 정관에 따라 ‘이사회 10대9’ 구도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 제기하는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 시나리오는 2026년 주총에서 소액주주 지지 9.7% 이상을 확보, 이사 6인을 선출하는 집중투표제에서 3인을 자신의 사람을 이사로 채우는 것이 선결 요건이다.
이후 2027년 주총에서 소액주주지지 8.51%를 확보해, 이사 13인 선출에서 7인(분리선출 감사 2인, 일반선출 이사 5인)을 확보하면, 2028년 3월까지는 연합 측의 이사회 과반 장악을 막을 수 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6년 3월 주총 결과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가능 여부의 핵심”이라며 “그러나 일부 주주가 양측 개별 후보들에게 표를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년 주총 결과를 (현 시점에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에게 현재 최대 관건은 상반기 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율 합산 17.31% 가운데 최소 절반 가량을 자신의 편으로 확보해야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튼튼한 경영실적을 보여줘야 하고, 소액주주를 위한 배당 확대 등 환원책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고려아연은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1조8180억 원, 영업이익 803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6.8%, 영업이익은 33.2% 각각 늘어난 수치다.
귀금속 가격이 연중 상승하면서 금(1조3천억 원), 은(2조3천억 원) 등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고, 매출이익률이 80%에 육박하는 안티모니·인듐 전략광물도 3분기 누적 매출 3630억 원을 달성하며 수익률 개선에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 회장은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통제조치에 대응한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 기조에 따라 새로운 전략광물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25일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 록히드마틴에 게르마늄을 공급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 따라 고려아연은 2027년 말까지 14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게르마늄 12톤의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또 고려아연은 지난 10월19일 557억 원을 투자해 연간 15.5톤의 갈륨 생산체계를 2027년 말까지 온산제련소에 구축한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합산 1957억 원 규모의 투자를 완료하면 2028년부터 연간 500~600억 원(현 국제시세 기준)의 매출총이익이 기대되며, 해당 생산체계 구축으로 △인듐 35톤 △아연 1200톤 △구리 160톤 등 기존 품목의 추가 생산 효과도 예상된다.
최근 진행 중인 주주환원 강화 흐름 역시 최 회장을 비롯한 기존 회사 경영진을 향한 소액주주·기관투자자들의 지지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2025년도 결산배당으로 1주당 2만 원을 결정했다. 2024년도 결산배당보다 2500원 늘어난 수치다. 또 총 204만30주(1조6689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 가운데 68만 주 규모의 마지막 3차 소각이 오는 12월 실시될 예정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 11일 붕소, 구리, 납, 제강용 석탄, 인산염, 칼륨염, 레늄, 실리콘, 은, 우라늄 등 10개 광물을 '2025년판 핵심광물 최종 목록'에 추가함에 따라 구리, 은, 연(납)을 생산하는 고려아연 전략적 가치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윤상 iM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아연·연 통합 공정 구축으로 다른 제련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금속을 회수하고 있다”며 “최근 MP머티리얼즈의 미국 정부 인수 등 주요 광물의 공급망 구축은 민간이 나닌 국가가 주도하고 있어 글로벌 최고 제련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