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11-11 13:33:56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뚜렷한 '대세 후보' 없이 여러 인사가 경쟁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적합도 상위에 오르내리던 김민석 국무총리가 후보군에서 사실상 빠지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3선 성동구청장으로 ‘행정력’과 ‘지역 발전 성과’를 입증한 정원오 구청장이 실무형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11일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종묘 재개발 사업 논란에 관해 비판하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갈무리>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11일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종묘 재개발 사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시 종묘 재개발 논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세운4구역의 재개발 계획을 두고 문화유산 보존을 주장하는 국가유산청 등 정부 기관 및 학계와 도시 정비 및 개발 활성화를 추진하는 서울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사안이다.
정 구청장은 이날 방송에서 “세운4구역 높이를 두 배로 올려주면 거기서 토지 소유자들의 개발 이익은 크게 올라가는데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가치는 크게 훼손된다”며 “사적이익과 공적이익을 조정하는 게 행정이 해야할 일이고 꾸준한 협의를 통해야 하는데 오 시장이 독단으로 풀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운4구역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해 있어 정 구청장이 맡고 있는 서울 성동구와는 거리가 먼 행정구역이다. 이 때문에 정 구청장이 종묘 재개발에 관해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내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포석이하는 해석이 나온다.
정 구청장은 지난 6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나와 오 시장의 시정 운영을 두고 “장기적으로 두고두고 봤을 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그런 분야에 행정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오 시장은 그렇지 않다)”고 혹평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 출마설을 놓고 “많은 구민들이 3선이 다 돼서 다시 못 나오니까 어떻게 하면 더 정원오를 쓸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시더라”라며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고 좋은 방안을 함께 만들어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구독자 227만 명)과 매불쇼(구독자 284만 명)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유튜브 방송으로 꼽힌다. 정 구청장이 두 방송 모두 출연해 서울시장 관련 인터뷰를 함에 따라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 정 구청장의 존재감이 각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 구청장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로 가장 적합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조원씨앤아이가 5일 발표한 여권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오차범위 안이지만 정 구청장이 13%의 지지를 얻어 박주민 의원(10%)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 응답 결과만 놓고 보면 정 구청장(20.7%)이 유일하게 20%를 넘겼다.
이처럼 정 구청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주목받는 이유는 오세훈 시장과의 1:1 대결에서 승리를 점칠 만한 주요 여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정 구청장의 실무형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구청장은 2014년 성동구청장으로 당선된 이래 2022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며 성동구를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 가운데 하나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지역에서 유일하게 3선에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 구청장은 기초지자체장으로서 왕십리역세권 개발, 삼표레미콘 부지 문화관광 복합시설 전환 추진 등 굵직한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스마트 횡단보도 등 실용적 행정력을 보여주며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넥스트 이재명'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오른쪽)이 10월28일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게 정비사업구역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지난 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대통령실의 움직임인지 아니면 정청래 대표의 움직임인지 모르겠지만 여론조사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 중에 정 구청장을 띄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정원오를 주목하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 구청장을 두고 “행정의 달인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나”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사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정 구청장이 실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 ‘정치적 무게감’과 ‘인지도’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시선도 있다.
박주민, 전현희, 서영교, 박홍근 의원 등 서울시장 출마 의사가 있는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중앙 정치 무대에서 여러 개혁 의제가 추진될 때마다 전면에 나서 인지도를 쌓은 반면 정 구청장은 10년 동안 성동구라는 특정지역에서만 활동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게 사실이다.
또한 다른 민주당 후보군들은 당 원내대표나 최고위원, 장관급 요직을 맡아 서울시장에 도전할 만한 정치적 체급으로 볼 수 있지만 정 구청장은 아직 그만한 중량감이 없다는 점 때문에 유권자들이 서울시장으로 선택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도 기초지자체장으로서 능력을 입증해 광역단체장인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선주자로까지 성장했지만 중앙 정치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었다”며 “반면 정 구청장은 잠재적 대선후보로 분류되는 서울시장이 되기엔 중앙 정치에서의 존재감이 너무 약했다”라고 바라봤다.
정 구청장 본인도 6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인지도도, 체급도 낮다고 볼 것 같다”며 “매일같이 TV 나오는 국회의원과 성동구청장은 다르지 않나, 만약 출마한다면 보완해야 할 측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들의 흐름을 보면 적어도 당내 경선에서 정 구청장이 인지도 때문에 민주당 당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진 않을 것”이라며 “정 구청장이 당내 경선을 뚫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본선에서도 인지도가 약점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일과 2일 서울에 거주하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RDD(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2025년 9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림가중)가 부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