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10-29 18: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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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신세계까사가 신세계 매출 4위 계열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생활용품(라이프스타일) 사업을 담당하는 ‘자주(JAJU)’ 부문을 양수하면서다.
문제는 신세계까사와 자주가 올해 들어 모두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내년 가구업계 업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이사가 자주를 품에 안은 회사 수익성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김홍극 대표.
김홍극 대표이사가 자주를 품에 안은 신세계까사의 수익성을 반등시킬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신세계 실적 IR 자료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신세계까사의 자주 인수는 수익성 측면에서 김홍극 대표의 성적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까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부문 일체를 940억 원에 양수하기로 했다. 양수예정일자는 내년 1월1일이다.
양수작업이 완료되면 신세계까사 매출은 신세계 계열사 가운데 백화점과 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까사의 연간 매출은 2695억 원,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부문 매출은 2350억 원이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신세계까사와 자주는 모두 올해 상반기 10억 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연간기준으로도 신세계까사와 자주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극 대표는 2022년 10월 신세계까사 수장에 올라 2024년 회사를 연간 흑자로 돌려세웠다. 신세계까사(옛 까사미아)는 2018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뒤 그해부터 2023년까지 매년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앤라이프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자주 부문을 맡았고, 올해 9월부터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는 자주 부문만을 이끌었다.
신세계까사가 자주를 양수하면서 다시 신세계까사 대표 직함만 달게 됐다. 이번 자주 양수로 김 대표가 신세계까사에서 해소해야 할 적자 규모가 커진 셈이다.
신세계까사는 자주사업 부문 양수 관련 공시를 통해 “홈퍼니싱 사업영영을 확대하고 시너지 창출로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업양수로 적자 규모는 커지는 가운데 가구·인테리어 중심의 기존 신세계까사와 생활잡화·패션 등 자주 사업영역이 시너지를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내년까지는 각 사의 사업을 그대로 유지를 하면서 안정화를 먼저 시키고 그 뒤 경쟁력 강화와 전문성 강화 등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마테라소 헤리티지 컬렉션 매트리스. <신세계까사>
이런 가운데 내년 김 대표 앞에 펼쳐질 경영 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신규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더 줄 것으로 전망돼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 등의 영향을 받아 내년 상반기까지 가구업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가구는 내구소비재로 제품 교체 시기가 긴 시장 특성을 지니고 있어 신규 주택 입주 시기에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2022년부터 이어진 부동산시장 침체가 올해 들어 아파트 입주 절벽으로 나타나면서 신세계까사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까사가 적자로 돌아선 데도 전국적으로 신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후방 산업 업황이 둔화한 영향이 컸다.
다만 신세계까사 기준으로 보면 일단 영업양수가 완료되면 사업영역과 고객층이 크게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까사 입장에서는 기존 프리미엄 가구 수요층에 자주가 갖고 있는 보다 젊은층 대중시장 고객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자주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보면 아주 낮은 가격대라 보기 힘들고 그 안에서도 프리미엄을 겨냥하는 상품군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주 사업과 시너지 창출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면서 신세계까사의 기존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 강화하며 수익성 반등의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까사는 지난달 하이엔드 맞춤 주방가구 브랜드 ‘쿠치넬라’를 출시했고, 7월에는 자사 수면 브랜드 마테라소가 축적한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1천만 원대 초고가 매트리스 컬렉션 ‘헤리티지’를 내놨다. 또 헤리티지와 함께 판매할 수 있는 프레임 등 최고급 침실 가구들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업황 둔화로 파이가 줄어든 만큼 고수익 프리미엄 상품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수요 공략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김 대표가 자주를 품은 신세계까사의 커진 몸집을 단단히 받칠 수 있는 이익체력을 다져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세계까사 관계자는 “자주와 사업의 태가 일원화되면서 생활공간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게 됐다”며 “앞으로 홈퍼니싱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