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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K-인디 패션 파고에 입지 '흔들', 프리미엄 브랜드 재고·실적 악순환 딜레마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5-10-24 15: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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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K-인디 패션 파고에 입지 '흔들', 프리미엄 브랜드 재고·실적 악순환 딜레마
▲ 한섬이 글로벌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수익성 부진은 심화되고 있다. <한섬>
[비즈니스포스트] K-인디 브랜드의 약진 속에 한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패션시장에서 고가 여성복 중심의 사업 모델을 유지하면서, 주력 브랜드 경쟁력 약화와 재고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시장 확대와 프리미엄 전략 유지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유통 환경에 발맞추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이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K-인디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섬을 비롯한 기존 프리미엄 패션 기업들이 부진에 빠지고 있다. 유통 채널과 소비 성향의 이동이 맞물리며 시장 판도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한섬은 그동안 ‘타임’, ‘마인’, ‘시스템’ 등 고가 여성복 브랜드를 앞세워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왔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매출, 영업이익, 상품 회전율 모두 하락하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자체 브랜드의 영향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섬의 자체 브랜드 매출 비중은 2023년 75.1%에서 2024년 73.5%, 2025년 상반기에는 71.7%까지 낮아졌다.

영업이익 감소 폭은 더 크다. 2023년에는 전년보다 40.3%, 2024년에는 36.8%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지난해 상반기보다 38.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감소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이익 감소 폭은 훨씬 컸다. 적시에 상품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재고가 누적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할인 판매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할인 판매를 늘렸음에도 판매는 여전히 부진하다. 한섬의 재고자산은 2022년 5627억 원에서 2023년 6105억 원, 2024년에는 6243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회전일수도 343일에서 358일, 361일까지 늘어났다. 입고된 상품이 평균 1년 가까이 팔리지 않고 쌓여있다는 의미다. 재고자산평가손실이 확대되고 순손실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부진의 배경에는 K-인디 패션 브랜드의 약진이 자리하고 있다.

마르디메크르디,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 신흥 브랜드들은 빠른 트렌드 반영, 한정판 출시, 협업 컬렉션 등을 무기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쌓고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소비자까지 끌어들이며 전통 브랜드와의 격차를 빠르게 벌리고 있다.
 
한섬 K-인디 패션 파고에 입지 '흔들', 프리미엄 브랜드 재고·실적 악순환 딜레마
▲ 한섬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장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1월1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스템·시스템옴므 2024년 가을·겨울(F/W) 시즌 단독 프레젠테이션 행사. <현대백화점>

반면 한섬을 포함한 주요 상장 패션 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뿐 아니라 해외 수요에서도 경쟁력이 분산되며 성장에 제약이 생긴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매출을 보면 흐름이 뚜렷하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3년보다 각각 약 3% 줄어든 반면 마뗑킴은 29%, 마르디메크르디는 50%, 마리떼프랑소와저버는 60% 성장했다. 

한섬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은 유통 구조다.

한섬은 전체 매장 가운데 백화점과 아울렛 등 오프라인 채널 비중이 높아 고정비 부담이 크다. 지난해 기준 백화점 판매 수수료율은 최대 32%, 아울렛은 약 20% 수준에 이른다.

프리미엄 브랜드 특성상 주요 고객이 구매력 있는 소비층에 집중돼 있어 백화점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전환이 제한적이며 유통망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에도 한계가 있다.

여기에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도 수익성 악화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할인 폭을 제한해야 하나 정상가를 고수하면 재고가 쌓이고 상품 회전율이 떨어진다. 반대로 재고 해소를 위해 할인 폭을 키우면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민덕 사장은 정체된 국내 시장의 돌파구를 글로벌 진출에서 찾고 있다. 특히 유럽, 그 가운데서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한섬은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프랑스 사마리텐 백화점에서 ‘타임 파리’의 첫 글로벌 팝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 1월에는 프랑스 백화점 체인 라파예트에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옴므’의 정식 매장도 연다. 매년 두 차례씩 글로벌 패션·유통 관계자를 초청해 현지에서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꾸준한 노력이 실제 입점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뚜렷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프랑스 법인 ‘한섬파리’는 지난해 매출 15억 원, 순손실 20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47.8% 줄었고, 순손실은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이처럼 손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한섬은 한섬파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10억 원, 2024년 29억 원, 2025년에도 9억 원을 투입하며 유상증자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수 시장에서 소비쿠폰 등 정책 효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그 영향이 한섬에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내수 경기 부진과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확대 등으로 실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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